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6월 6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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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엄중한 바위 한 채,
어느 손에 다듬어졌을까?
꿈틀거리는 눈썹이며, 지긋한 눈매며
우뚝한 콧날, 굳게 다문 입술
두둑한 귓밥 목에 걸린 염주까지
저녁노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장삼 자락 길게 바닥까지 펼쳐진 위로
한 손은 가슴에 또 한 손은 무릎에
어느 손길일까?
손가락 마디, 사이까지 세밀하다
촛불 밝혀놓고 절 올리고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앉아계셨는지
억겁의 지난 온 세월도
또 그만큼 다가올 세월 동안
누가 절을 하든 말든 묵묵이라
눈보라 비바람 천둥 번개
야단을 떨어도 서쪽을 향해 있다
섬세하게 다듬어주던 손길
노을지는 서쪽으로 간 것은 아닐까?
머리맡에 늘어진 솔잎 나무
사철 갈맷빛으로 속삭여도 꿈쩍하지 않고
토속 신앙의 시원이 된 제비원 미륵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