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신라문학대상 당선작 발표 2025년 01월 36호
99
0

꿈일까요? 노란 은행나무와 크리스마스트리가 겹치는 계절의 느지막한 오후, 전화기 너머로 당선을 알리는 목소리는 마치 천상의 그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등단이라니 꿈만 같은 일이었으니까요.
20대의 끝 무렵 학생에서 주부로 이름이 바뀌면서 아내이자 엄마, 딸이자 며느리라는 역할이 생겼습니다. 무수한 역할들 사이를 오가느라 정작‘나’를 알아볼 틈이 없었습니다.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대로 나를 모른 채 끝이 날수도 있었겠지요. 30대의 끄트머리에 동네 도서관의 글쓰기 수업에 나가면서 오롯한‘나’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나의 밑바닥을 휘저어 굳어버린 침전물들을 떠오르게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것들이 편편이 부유하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비로소 껍데기로 가린 나의 알맹이들이 얼비쳤습니다.
나의 글쓰기는 껍질과 얼기설기 기워진 못난 알맹이들을 내보이기 위해 알량한 껍데기를 버리는 일입니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껍데기 속 나를 찾아 꺼내놓았습니다. 앞으로도 이 흔들림 속에서 유영하며 가없이 쓰겠습니다. 당선의 환희를 주신 신라문 학대상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게 해 준 구미시립 양포도서관 글 모임, ‘맬맬글방’에감사합니다. 성긴 나를 채워주는 친구들,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자물리게 하는 나의 아이들, 이지원, 이지후와 남편 이상욱, 그리고 부모님들께 사랑과 감사를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