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3월 173호
81
1
포장마차에 앉아 빗소리에 노가리를 질겅댄다.
천둥번개에 놓쳐버린 고기의 꼬리를 다시 잡고 노란 속살을 뜯어내는데 껍질을 잃은 물고기는 비를 만나 바다로 가는 꿈을 꾸는지 뱃속에서 이러저리 지느러미를 움직이는지 막걸리를 부어주며 바닥을 채웠다.
도시의 뒷골목
그물에 목이 걸린 노가리 노가리가 목에 걸린 사람들
노가리를 풀다 갑옷에 숨겨놓은 비밀이 자꾸 떨어진다
노가리를 많이 시킨 건 굵은 소나기의 실수다.
물고기를 삼킨 파도는 하얀 거품을 토하고
심연에 눌려있던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쳐 나와 풀어놓는 서러운 이야기
어미를 잃고 햇볕과 바람에게 포로가 된 긴 고해
땡볕에 물기 없이 볶이느라 껍질 속에 숨겨둔 촉촉하던 속살은 말라 비틀어 가고
더 이상 쏟아낼 물이 없는 물고기는 파도를 그리며 푸른 하늘에 눈을 담근다.
태양의 고문에 깊이 떨구어둔 한 방울 물기마저 뱉어내고 알을 지키자며 맹세하던 사람들 밤이 깊을수록 한잔 찰랑대는 파도 타고 비밀을 하나씩 세상으로 보낸다.
새벽이 빛을 몰고 오고 파도는 밀려가고 서로의 허물 벗기는 기술을 밤새 나누다
스스로 빈 심장을 보여버린 허무
민망이 슬금슬금 빗장 풀린 허물 안으로 들어온다 속살을 환히 비추는 햇살에 허물어진 체면을 주워 말리려고 몸을 흔들흔들 털어본다
살아남은 언어들은 큰 고래가 되어 우리를 덮칠 텐데
새벽 그물에 걸리지 않으려 술 취한 한 걸음도 같지 않게
동트는 세상으로 훠이훠이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