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3월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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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 들어갈 때마다
요리하다 남아 있는
주름 잡힌 무와
침묵 속에 눈빛을 나눈다
어느 날 주름진 마른 몸에서
힘겹게 연한 싹이 나고
꽃을 피우는 일이 일어났다
신기한 것은 쪼글쪼글
무의 주름이 늘어가면서
연보랏빛 꽃 이파리도 늘어가는 생의 역설이
주변을 환하게 한다
주름 잡혀가는
내 몸 어딘가에도 꽃이 필 것 같아서가슴을 만져본다 상처도 많고
세파에 검게 탄 멍울도 있고
주름진 마른 몸에 버짐도 피었지만 굳은살 어딘가에서
뭉클뭉클한 꿈이 잡혔다 연기처럼 사라진 줄 알았던
꿈이 남아 있었다니
무꽃 같은 보랏빛 꽃이 피려는지
몸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