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신라문학대상 당선작 발표 2025년 01월 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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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전 두어 채
산기슭 놓인 집들은
서둘러
해거름 길게 누운 산그늘 가장자리까지 내려와 있었다.
능선을 따라가며
빗금처럼 그어진 삶의 밝음과 어둠
그 굴곡진 고민의 경계가 무겁다.
바스락거리며 한 잎
마지막까지 흩어지던 겨울 잎들의 흔적이
골짜기 쩌렁쩌렁
마른 울림으로 내려 쌓이고
지친 햇살 몇 가닥
붉게 시들어 마침내 바닷속으로 침잠해 간다.
떠나간 것들은 이미 자취가 없고
우묵하게 새로 놓여갈 것들로
내 삶의 내일은
이미 옆구리까지 분주하다.
길어진 걸음걸이 너머
파닥거리며 몇 마리 개개비 날아오르는 갈대밭 어귀
놀란 그림자들 바람에 흩어지고
해진 부리로 겨울을 견뎌오던 물총새 야윈 날갯짓
그늘진 휘파람 속으로 미끄러져 간다.
무언가 잃어버린 듯 서성거리다
허허로움 따라 눈을 돌린 바다 빈 공간에
내 시린 기억의 편린들
겨울 동면의 늪으로 저물고 있었다.
* 달포: 통영시 용남면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