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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책 제목171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2024년 09월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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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042.신인상_김미숙

잠잠하더니 또 말썽이다. 참다 보면 나아지려니 하고 무신경하려 해도 순간순간 통증이 밀려온다. 이번엔 딱히 무리한 것도 없는데 허리를 굽히거나 돌아누울 때 나도 모르게 끙끙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참다못해 한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허리 통증의 원인으로 장시간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차게 하면 그럴 수 있다며 침을 놓고 물리치료를 해주었다. 그런 적이 있었나 하고 기억을 더듬다 보니 ‘차박’이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부터 일이 끝나는 대로 한겨울에도 쉬지 않고 이틀에 한 번은 차박을 갔었다. 차 안에서 먹고 자는 동안 많이 앉아 있고 편치 않은 바닥에서 잠을 자서 그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허리 때문에 병원을 찾은 것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처음 허리가 말썽을 부린 것은 서른 중반쯤이었다. 시댁에서 쪼그리고 앉아 장시간 여러 가지 명절 음식을 하고 일어서서 싱크대로 가려는 데 걸을 수가 없었다. 허리와 다리를 연결해 주는 고리가 풀린 듯 힘이 빠지면서 한 발도 떼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 맞이하는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침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삼십대 젊은 사람이 갑자기 걸음을 못 걷는 상황을 나 자신도 받아들이지 못해 허둥대고 있는데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순간 평생 걸을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걸어보리라 허리를 한참 문질러준 다음에야 첫발을 뗄 수 있었다.
명절 연휴가 지나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의사에게 증상을 얘기하고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척추는 튕겨져 나가려고 하고 근육은 그걸 잡아 주느라 통증이 생기는 거라고 했다. 원인으로는 임신 상태에서 배가 불러 허리를 뒤로 젖히는 과정에서 무리가 갔을 것이며, 아이 셋을 우량아로 낳다 보니 더 그럴 거란다. 그런데도 의사는 치료약도 없고 수술도 소용없다며 진통제 처방만 해주었다. 성인이 하루아침에 걸음을 못 걸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한데 진통제만 주다니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평생을 살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집에 오자마자 허리 통증에 대해 여러 가지 검색을 했다. 그러다가 나름의 결정을 내렸다. 수영을 시작하기로.
‘허리 아픈 원인이 뼈가 튕겨 나가지 않게 근육이 잡아주느라 통증이 생기는 거라면 허리 근육을 강화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마침 집 근처에 수영장이 있어 접수를 하고 기본자세부터 배워 나갔다. 처음 수영을 하고 집에 오면 오히려 허리 통증이 더 심해져 잠까지 설쳤다. 수영 왕초보인 내가 물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몸에 잔뜩 힘을 주었으니 더 아플 수밖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이기고 그렇게 일 년 육 개월 동안 열심히 수영한 결과 어느새 허리 통증과 안녕을 했다. 그 후로 나는 허리 아프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 경험담을 말해 주며 수영을 배워보라고 적극 권했다.
그렇게 멀쩡하게 나았던 허리가 작년 김장 때 또 말썽을 일으켰다.
아침에 배추를 절여 놓고 출근했으니 일을 마치고 와서 배추를 뒤집어야 했다. 남편은 휴대전화로 불을 비춰주고 나는 이 통에서 저 통으로 배추를 옮기기 시작했다. 한밤중이라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일을 끝내기 위해 서둘렀다. 그렇게 쉬지 않고 배추 수십 포기를 다 옮기고 허리를 펴는 순간 허리 쪽 힘이 쑥 빠지며 통증이 몰려왔다. 나도 모르게 윽 하는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놀란 남편의 부축을 받고 겨우 2층으로 올라와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쉬면 좋아지려니 했지만 아 침까지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근육이 놀라서 그러니 한 달 정도는 치료해야 나을 거라며 주사를 놓고 물리치료가 해주였다.
누구나 신체 부위가 멀쩡할 때는 중요성을 망각한다. 그런데 손에 가시라도 박혀 보라. 가시를 빼내는 그 순간까지 따끔거리고 신경이 쓰여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하물며 허리는 몸의 중심이 아닌가. 몸의 중심인 허리가 탈이 나면 양말 하나도 신기 어렵다. 우리의 몸은 무쇠로만 들지 않았기에 조심히 다루고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특히 내 몸은 내가 알아서 무리하지 말고 힘들다 싶을 땐 쉬어 주어야 한다. 통증이 온 다는 것은 무리한 것이고 이제는 쉬어야 한다고 신체가 우리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인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간과하지 말고 휴식을 취해주고 그래도 안 되면 의약의 힘을 빌려야 한다.
이제는 다 나아서 아프지 않지만 재발하지 않도록 늘 조심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도 해주고 항상 바른 자세로 앉으려고 노력한다. 차박을 가서도 가끔 허리를 풀어주고 잘 때는 보온에도 특히 신경을 쓴다. 세 번의 아픔으로 허리의 소중함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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