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2024년 09월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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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손 붙잡고 봄 마중 나간다
살아생전 이리 좋은 세상을 만났네
흥얼거리는 걸음마다 꽃 장단이다
아침저녁 안부를 물어보고
끼니 맞춰 걸려 오는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오늘 나선 동구 밖 나들이만 하더냐
가방 속을 뒤적거리는 손끝에
비닐봉지와 뭉툭해진 나무칼이
봄바람에 딸려 나온다
한번 일어나 허리 펼 때도 됐건만
윤슬이 춤을 추는 호수를 등지고 앉은 채
쑥을 캐는지 설렘을 캐는지 비닐봉지가 야단스럽다
봄볕에 눈이 부실까 행여라도 그을릴까
아들은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어머니 얼굴에 그림자를 만든다
꽃샘추위 무서워
덤불 속에 숨어있던 봄나물이
따뜻한 봉지 속으로 계속 옮겨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