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2024년 06월 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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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다행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면 얼리고 싶었어요
얼음 벽돌 쌓아
아직 상하지 않은 것들을 들이고
자다깬밤이보낸낯선질감의외투
걸쳐 입고 싱싱방 가보려 해요
삼치 반 토막 잃어버린 등뼈 찾아 눈알 하얘지며
얼음으로 소속되어 가는 시간
적요로운 낮이 보내온 봉지들
야채 칸에서 달그락거려요
어미 닭 한 마리 키울까요?
시간 동선을 따라 유통기한 졸졸 따라다니게
주문진에서 온 오징어
러시아 사슴뿔 옆에서 화석 되어 가고
시베리아 녹각의 목덜미는 유난히 하얗습니다
잘못했어요 모두 하얀 풍경으로 보내버렸어요
딱딱한 살 두터운 피
얼음 문을 나온 차가운 손가락
얼려둔 기억 한 뭉치 꺼내어 칼질하면
덩어리보다 조각이 더 귀할 때가 있죠
슬픔이었나 봐요
아무리 잘라도 작아지지 않으니
웃음 뒤에 오래 숨어있다 얼어버린 덩어리
슬픔은 슬픔 알지 못해 밤낮으로 쌩쌩하고
손끝도 싱싱한 척 다행히 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