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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

책 제목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6년 9월 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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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에게 은혜를 받았던 개였다면 그 주인의 살을 뜯어 먹고 갈비뼈를 씹어 삼킬 수 있었을까. 죽을 것 같은 배고픔을 참으며 주인의 시체가 부패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태양의 열기와 함께 삼켰던 살과 뼈는 개에게 무엇이었을까. 별들이 총총한 밤. 썩어 가는 주인의 눈에 선 구더기가 꿈틀대고, 달빛 휘황한 밤 창자를 파먹는 벌레들이 성찬을 벌일 때, 큰소리로 짖다가 어느 날 시체에 입을 댄 개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주민센터 복지 담당 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한 주민이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서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60대 중반의 남자가 거주하고 있는 집을 검시관들과 함께 가 보게 되었다. 출입문을 강제 개방해 들어서자마자 그와 함께 살았던 작은 개가 목줄이 풀린 채 우리를 향하여 달려왔다. 순간,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속속 드러났다. 사망한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훼손된 뼈다귀들과 해골이 서로 뒤엉켜 있었으며 개의 똥이 시체 주변에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개 목줄 옆에는 사료 한 포대가 있었는데 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분명 사람의 시체를 훼손하고 유기한 범인은 죽은 남자와 함께 가족처럼 지내온, 내 눈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흰색 털이 수북한 개였다. 그 순간 개를 몽둥이로 내려치고 싶은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그런데 주인의 살과 뼈를 뜯어 먹은 개에게 애처로움이 느껴지는 건 또 무슨 이유일까? 꼬리를 흔들며 내 주위를 서성이는 개의 해맑은 눈동자를 진득하게 바라보았다. 개의 눈에선 주인과 함께 보냈던 블랙박스 영상이 생생하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게 아닌가. 개는 주인이 죽은 방과 마당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들쥐 떼와 시체 냄새를 맡고 덤벼드는 까마귀들을 물리치며 기나긴 밤을 보냈을 것이다. 온몸으로 밀려드는 불안과 공포 속에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주인을 보며 수만 번을 짖어댔을 것이다. 어떨 때는 미세하게 흔들렸을 남자의 손가락을 보고서 주인이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는 줄 알고 온몸을 혓바닥으로 핥았을 것이다.
어느 날은 썩은 고기 냄새를 맡고 찾아온 까마귀들을 향하여 미친듯이 짖어대며 쫓고 또 쫓았을 것이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마당에 누워 있는 주인의 곁을 지켰을 것이다. 싸락눈이 내린 날이었을까, 송이 눈이 쌓인 날이었을까. 결국 개는 창자가 꼬이는 듯한 배고픔에 부패된 주인의 몸에 남아 있는 뼈다귀 살점을 날카로운 송곳니로 물고 씹고 또 씹었을 것이다. 개의 눈에서도 눈물이 맺혔을 것이다. 개는 발로 주인의 썩은 몸뚱이를 꽉 누른 채 머릴 처박고 허기를 채웠을 것이다. 까마귀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개의 범행을 지켜보았을 칠흑 같은 시간, 또 다른 세상에서 방문한 저승사자가 짖어대는 음울한 소리로 들렸을지도 모른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다. 결국 그 남자의 유일한 혈육인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시체 인수를 거부하고 무연고 처리됐다. 개 주인은 화장터에서도 환대받지 못한 존재가 되었다. 개 주인의 시체는 국과수 부검을 끝내고 화장터 기계 버튼 소리에 한많은 육신은 불구덩이에 던져졌다. 개의 주인이었던 남자는 아들이 자신의 시체 인수를 거부할 것을 예견했던 것일까. 그래서 썩은 육신일망정 기르던 개에게 살과 뼈를 봉헌한 것일까. 만약에 하느님이 이 거룩한 미사를 지켜보았다면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생각해본다. 생자필멸이라지만 이런 죽음을 신은 어찌 여기실지 묻고 싶어진다.
나는 순간 기도했다. 바람의 정령에게 죽은 남자의 영혼을 광막한 우주로 날려 보내 별이 되도록, 초승달 한 점에게는 남자의 아내가 되어 영원히 함께하라고 말이다. 산속에 있는 나무들은 이파리를 떨어뜨려 남자의 영혼이 저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 주기를.
나는 신께 이런 불평도 했다.
“어찌하여 자신이 아끼던 개한테 살과 뼈를 내줄 수밖에 없게 하셨는지요? 우주에서 인간이 먼지만 못할지라도 생의 마지막 자리는 가족과 사랑의 인사를 나누게 하셨어야죠.”
남자는 죽어 가면서도 절연한 부인과 아들이 생각나지 않았을까. 결국 병든 몸뚱어리는 자신의 삶을 위로해준 개한테 의탁한 모양이 되었다. 죽은 남자에게 하늘이 내려준 위로는 쏟아지는 햇빛과 허공을 떠도는 한 줌 바람뿐인 것 같았다.
애처롭게도 남자의 해골 눈두덩 부위에는 머리카락 몇 올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서너 개의 머리카락과 유골만이 유전자를 식별하게 해주는 마지막 생의 단서가 되었다. 속으로 남자에게 말했다.
“당신은 어찌하여 애달프게 죽어 갔는지요? 사람에 의하여 죽임을 당했다면 범인을 찾아 법의 심판대에 세워 억울한 죽음이라도 밝혀주련만….”
사체를 유기한 개와 남자의 유골을 검시한 날 검은 소나기가 퍼부었다. 죽음의 사신 같은 검은 빗줄기는 세상에서 외롭게 늙어 가는 독거 노인들과 저마다의 기구한 사연을 간직한 채 내버려진 폐품처럼 살아가는 노숙자들이 흘리는 눈물처럼 보였다. 그날, 지상에 내린 빗물은 처참한 죽음의 현장에서 이승을 떠나지 못했을 남자의 영혼을 쓸어가 버렸다. 죽은 남자가 쓰러져 있던 마당에 핀 풀꽃들이 그날을 증언할 뿐이다.
개의 주인은 기초생활수급비도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기자들과 공무원들은 개 주인의 서글픈 삶은 뒤로한 채 개가 사람의 살과 뼈를 먹었다는 사실에만 흥분했다. 어떤 이는 공포영화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라며 혀를 차고 돌아섰고, 어떤 이는 말세라고 했으며, 어떤 이는 인육을 먹은 개를 죽여야 한다 했고, 어떤 이는 내 가족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모른 척했다. 뉴스는 문제를 해결할 듯 양은 냄비처럼 끓다가 제풀에 식어버린 죽이 되고 말았다. 한순간이라도 쓰러지면 안 되는 팽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능소화가 지고 빨간 맨드라미가 피었다. 사건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서 세상을 쏘다니더니 바람보다 빨리 누우며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갔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동료들은 업무에 복귀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야근을 했고, 나 역시 거울을 들여다보면서도 사건에 둔감해지는 자신을 탓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경찰서 앞마당에도 흰눈이 소복이 쌓이면 세상의 모든 죄는 순결한 송이눈에 묻혀 잠시라도 얼어붙기를 바랐다.
고독사로 세상을 뜬 주인의 곁을 지킨 개… 주인의 살과 뼈를 먹은 개… 누가 그 개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죽음이 찾아온 남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고, 개의 마음을 들여다볼 혜안을 갖고 있지 않은 우리는, 한 남자의 죽음 앞에서 그리고 천진하게 꼬리를 흔드는 개 앞에서 자꾸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오늘따라 밤하늘에는 소금을 뿌려 놓은 듯 별이 빛난다. 저 별 어디쯤에서는 개와 주인 남자가 부부의 연으로 환생하여 비스듬히 서로 기대는 생을 살아갈지도 모르지만, 나는 박꽃 같은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소박한 세상을 위하여 밤길을 걷는다. 성냥갑 같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은 지상에서 그래도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는 한, 세상 어딘가에는 절망 깊은 희망의 별이 빛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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