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6년 6월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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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대빵입니다. 길고양이이지요. 얼굴에는 하얀 마스크를, 몸에는 검은색 옷을 입었답니다. 어릴 때부터 무엇이나 잘 먹어서 힘 하나만큼은 세고 튼튼해요.
우리는 오래전부터 친구들이랑 운천리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양지 바르고 그런대로 먹을 것도 풍부하여, 쓰레기를 뒤지는 도둑고양이처럼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됩니다. 곳곳에서 영양 보충도 충분히 할 수 있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집을 짓더니, 한 집 두 집 들어와 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목조주택으로 집을 짓고 있어서 숨을 곳이 많아 우리 놀이터로 최고입니다.
“이야, 지금까진 여기가 천국이었는데 이젠 낯선 사람들이 많아져서 지내기가 어려워졌네.”
친구들이 넋두리합니다.
“그러게,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린 어디서 사나?”
모두 걱정이 되나 봅니다. 우리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여기 터줏대감 격인 개구리들도, 고라니들도, 노루들도, 오소리, 너구리, 쥐들까지도 어디로 이사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답니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머물 곳이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집이 없네.”
친구들의 한숨 소리가 늘어 갑니다. 편안하고 즐겁게 살려면 집은 꼭 필요합니다. 모든 동물의 최대 고민거리이지요.
“얘들아, 내가 나가서 살펴보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대빵이는 큰소리치며 나갔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기서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절대 주면 안 돼요. 금방 개체 수가 늘어나서 나중에는 감당하기가 어려워져요.”
단지 안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길고양이 퇴치 작전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비싼 유치원을 졸업시켰다는 강아지 호두 엄마가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우리 화단과 잔디밭 위에 고양이가 똥을 많이 싸요.”
호두 엄마가 속상해하는 것도 이해가 되긴 합니다. 우리 똥 냄새가 지독하긴 하지요. 그런데 호두가 그 똥을 먹는다네요. 비싼 유치원까지 다녔다는 녀석이요.
“그래요 그럼 밥 주지 맙시다.”
아주머니들의 단합 소리가 무섭게 들렸습니다.
“큰일이군, 친구들이 다 굶게 생겼어.”
대빵이는 이 집 저 집을 다녀봤지만 먹을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풀이 죽어 축 늘어진 어깨를 끌며 집으로 돌아왔지요.
“어서 와 대빵아, 수고했어.”
그래도 친구들이 응원해주고 위로해 줍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들어와서 우리 자릴 빼앗고, 나빴어.”
친구 고양이가 눈물을 흘리며 얘기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힘내자. 우릴 도와줄 분들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니까 찾아보자.”
대빵이는 친구들을 다독이며 용기를 주었어요.
“대빵아! 대빵아! 이리 좀 와봐 나 좀 도와줘!”
친구 쪼끔이가 급하게 불렀어요. 쪼금이 뱃속에는 아가들이 자라고 있었어요.
“친구야, 나 곧 아가들이 나올 것 같아.”
쪼끔이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어요.
“뭐!”
“우선 이쪽으로 와 봐.”
다급해진 대빵이는 쪼끔이를 데리고 나무들이 쌓여 있는 창고 쪽으로 갔어요. 그곳은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고 잘 보이지도 않아서 몸을 숨길 수 있는 최고의 비밀 장소였어요.
“내가 옆에 있어 줄 테니 걱정하지 마! 힘내, 넌 잘할 수 있어.”
대빵이는 쪼끔이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었어요.
“아 아 아앙∼.”
쪼끔이가 작은 몸으로 새끼들을 세 마리나 낳았어요. 눈도 뜨지 못하고 젖을 찾는 새끼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했어요.
대빵이는 용기를 내 다른 친구들이 사는 지역까지 가서 위험을 무릅쓰고 먹을 것을 구해다 쪼끔이에게 주었어요.
“고마워.”
쪼끔이는 눈을 깜박이며 힘든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어요.
“괜찮아, 힘내 쪼끔아. 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어.”
“이름도 지어주자, 제일 먼저 태어났으니, 하나라고 하고 다음은 두찌, 세찌.
쪼꼼아 넌 어때?”
쪼끔이도 그게 좋겠다고 말했어요.
“하나, 두찌, 세찌. 무럭무럭 자라라.”
책임감 강한 대빵이는 단지 안에 있는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주인 아주머니들이 나오시길 애타게 기다렸어요. 그러다 쫓겨나기도 하고 도망 다니며 숨기도 했지요.
그때 대빵이의 슬픈 눈과 마주친 아주머니가 계셨어요.
냥∼ 냥∼ 우르르. 대빵이는 아주 고맙다는 뜻으로 등을 동그랗게 말아 올리고 아주머니 곁에서 애교를 부렸어요.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눈을 천천히 깜빡거렸어요.
“오, 다들 도망가기 바쁜데 나에게 다가오는 아이가 있네!”
아주머니는 반갑게 대빵이를 맞이해 주셨어요.
“우리 모두 밥을 주지 말자 약속했지만, 너를 보니 안 되겠구나.”
아주머니는 집 안에서 음식을 한 그릇 가득 가져왔어요.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대빵이는 우선 자기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아주머니 곁을 돌며 고마움을 표했어요.
아주머니 집은 따뜻하고 조용했어요. 한참을 아주머니와 놀았지요. 그리고는 친구들을 하나씩 데리고 왔어요. 아주머니는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일까요? 아마도 그런 분 같았어요. 친구들 밥까지 챙겨주셨거든요.
대빵이는 친구들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옆에 있어 주었어요. 이 모습을 보신 주인 아주머니는 그 뒤 따뜻하게 지낼 집을 조용한 자리에 마련해 주셨지요. 때맞추어 밥과 물도 가득가득 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우리도 그냥 있을 수는 없었어요. 들쥐나 야생동물들이 가까이 오지 않게 지켜주며 스스로 길고양이 순찰관이 되었어요.
마음이 통해서일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머니와는 서로 눈인사도 나누며 얘기하는 사이가 되었지요.
그러나 대빵이는 아직 걱정이 하나 더 남아 있었어요.
오늘은 아가들도 밥을 먹여야 하는데, 아가들 생각에 대빵이는 머리가 좀 바빴어요.
‘어떻게 아주머니께 얘기하지?’
좋은 생각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어요. 한참을 궁리하였지만, 쉽사리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 대빵이는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어요.
옳지, 그렇게 하면 되겠군.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어요. 무언가를 결심한 대빵이가 새끼 야옹이 하나를 먼저 데리고 나왔어요.
“하나야, 내 말 잘 들어. 맛있는 밥이 있는 곳으로 갈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잘 따라와. 알았지.”
대빵이는 하나에게 믿음직스럽게 말해 주었어요.
조심스럽게 하나를 데리고 온 대빵이는 아주머니를 불렀어요.
“야, 야아옹.”
대빵이가 부르는 소리를 들으신 아주머니는 맛있는 밥과 물을 주시고 들어가셨어요.
대빵이는 자기가 먹을 밥을 대신 하나에게 내주었어요.
냠냠, 냠. 새끼고양이 하나는 처음으로 맛있게 식사했어요. 잘 씹히지도 않는데 머리를 그릇에 담고 먹는 모습을 보고 있던 대빵이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듯 든든했어요. 그때였어요.
“이상하다 분명 무슨 소릴 들은 것 같은데.”
이상한 낌새를 느끼셨는지 아주머니께서 다가오며 말씀하셨어요.
기회였어요. 마음을 다해 까르르 골골 소리를 내며 대빵이는 등을 활처럼 구부려 친밀함을 보였어요.
“아주머니,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애교 떠는 대빵이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아주머니가 말했어요.
“무슨 일 있니? 밥은 먹었어?”
걱정하며 물어보시는 아주머니께 용기를 내어 말했어요.
“네, 저 혹시 새끼고양이들에게 밥을 좀 주실 수 있으실까요?”
대빵이는 애교를 부리며 눈으로 말했어요.
어느새 뒤쪽 모퉁이에는 새끼고양이들이 쪼끔이와 함께 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어요.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는 대빵이 소리를 듣고 새끼고양이들은 벌써 허락하신 줄 알고 기분이 좋아 툭, 툭 튀어나왔어요.
“얘들아, 아직 아니야!”
깜짝 놀란 대빵이가 얼른 숨겼으나 새끼고양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밥그릇에 코를 박고 먹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어머 새끼고양이들이네!”
그런데 웬일이래요. 주인 아주머니는 새끼들을 쫓아내지 않고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셨어요.
“여기서 조금 기다려 어디 가지 말고.”
아주머니는 새끼고양이들에게 당부하고 사료 죽까지 더 가져다주셨어요.
이튿날 동네 주민들에게 아주머니는 상황 설명을 하셨어요.
“다들 제 말을 들어보세요, 새끼고양이들이 우리 집에 왔어요. 곧 날씨도 추워질 테니 우리 집에서 사료 주며 키울게요. 그리고 좀 자라면 중성화 수술이랑 예방약도 먹일게요.”
동네 주민에게 양해를 구한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들의 천사가 되어주셨어요. 우리는 그렇게 한 가족이 되었답니다.
“얘들아! 말썽 부리면 안 돼! 서로 으르렁대지 말고 잘 지내야 해.”
대빵이는 아가들에게 예절을 가르쳐주며 질서도 잡아 주었어요. 밥 먹을 때 순서 지키기, 자기 몸 관리 잘하기, 아무 데나 혼자는 가지 않기로요. 물론 마당 잔디밭에 똥도 싸지 못하게 했습니다. 귀염받는 건 다 자기가 할 탓이라고도 말해주었어요.
우당탕!
“야옹.”
갑자기 세찌가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일이야?”
깜짝 놀란 대빵이가 쏜살같이 달려 나갔어요.
장난치며 놀다가 그만 발이 동그랗게 구멍 뚫린 철판에 빠진 것이었어요.
“세찌야! 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어 내가 구해줄게.”
역시 대빵이는 우리의 든든한 대장이에요. 무사히 세찌가 엄마 품으로 돌아갔어요.
멀리서 소란스러운 모습을 보신 아주머니께서 간식과 물을 챙겨주셨어요.
그렇게 우린 주인 아주머니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아주머니 저 왔어요! 밥 주세요.”
거실 창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아주머니가 알아차리고는 금방 나오시네요.
“얘들아, 밥 먹고 놀아라.”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