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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이 있어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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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책 제목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6년 6월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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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오래된
가슴항아리

 

수없이 채워졌다가
다시 비워졌다

 

깊이란
스스로 돌아온 흔적

 

손주가
컵 열네 개에 따른 물높이 
각기 다른 울림

 

물을 채운 것이 아니라 
틈을 조율하는 일

 

소리는
빈 자리의 몫

 

비움이 깊을수록
음선은 가늘고 투명하다

 

비어 있는 만큼
더 멀리 울린다

 

바람이
갈대를 비비다
흘러갔다

 

그 떨림이
아직 내 가슴판에 남아

 

숨결 하나
종 속에 묻는다

 

공명은
부드럽게
그러나 느닷없이 
온몸을 삭힌다

 

울림은
들리지 않는 사연 
기다림의 다른 이름

 

달은
스스로를 비우는 중

 

너를
채워야 하니까

 

사부작사부작 
어둠을 벗겨내며 
사랑을 반사한다

 

비워야
그리움도 머문다

 

우리 사이
말이 멀어지고

 

시간이 잠들어도

 

그 틈에

 

울림 하나

 

나를

 

다시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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