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6년 3월 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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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로 날아드는 어미 괭이갈매기는 언제부턴가 혼자였다. 어미는 멀리 보이는 외딴섬에서 동족들이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을 동경하듯 바라보곤 했다. 육지와 연결하는 다리가 놓인 후 동족들은 하나둘씩 다른 섬으로 떠났고 이 둥지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둥지에는 아직 날지는 못하는 새끼 세 마리가 있지만, 머지않아 그들도 이 둥지를 떠나 동족들에게로 갈 것이다.
비가 몹시 내리던 어느 날 밤, 어두운 수풀 속에서 두 개의 푸른 빛이 갈매기의 둥지를 향하고 있었다. 육지와 연결하는 다리가 놓인 후 가끔 해변 근처 수풀에 나타나던 붉은여우였다. 어미 품속으로 비집고 들어간 새끼들은 꿈을 꾸는지 뒤척거렸고, 어미 깃털 사이로 삐져나온 발가락 하나가 꼼지락거렸다. 비를 쫄딱 맞으면서도 어미는 잠이 들었는지 눈이 감겨 있었다.
붉은여우가 수풀을 비집고 접근하는 소리는 빗소리에 묻혔다. 여우가 둥지 가까이 다가왔을 때 어미가 눈을 번쩍 떴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순식간에 여우의 입에는 어미가 물려 있었고, 새끼들은 둥지와 함께 벼랑 쪽으로 밀려 나갔다.
바위와 나뭇가지에 부딪히면서 파도가 밀려드는 바닥으로 떨어진 새끼들은 모두 살아 있었지만, 심하게 다쳐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두 마리는 어두운 밤 정체를 알 수 없는 들짐승들이 물어갔고 파도에 쓸려 나간 나머지 한 마리는 큰 바위틈 사이로 밀려 들어갔다.
한동안 의식이 없다가 깨어난 새끼는 자꾸 한쪽 벽을 들이받으면서 비틀거리며 움직였다. 둥지에서 떨어지면서 바위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던 새끼의 한쪽 눈은 감겨 있었다. 한밤중에 가족이 모두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지만, 외눈이가 된 갈매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배가 고프면 본능이 알려주는 대로 돌 틈에 있는 게나 갯강구 같은 걸 잡아먹고 지냈다. 한번은 조개에 부리를 갖다 댔다가 열려 있던 조개가 닫히는 바람에 부리가 껴서 죽을 만큼 놀란 적도 있었다.
밀물이 들어오면 온몸이 물에 잠겨 거의 목만 내놓은 채 서 있었지만, 그곳을 빠져나갈 생각은 못 했다. 물속으로 대가리를 집어넣어도 되는지는 몰랐을까. 그건 본능이니까 몰랐다기보다는 마음에 스며 있는 알지 못하는 무서운 기억이 외눈이를 옴짝달싹도 못 하게 붙잡고 있었다.
밀물 때는 괴로웠지만, 그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양식이 채워졌다. 그래도 한 장소에서만 먹고 살다 보니 점점 먹을 게 줄어들었다. 밀물이 채워다 주는 양식은 한정됐고, 한창 성장할 시기인 외눈이의 식욕은 하루가 다르게 왕성해져 갔다. 허기 때문에 외눈이는 바깥세상을 동경하기 시작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발목을 잡았다.
하루는 입구 앞 모래사장을 기어가는 게를 봤다. 뛰어나가고 싶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외눈이는 그 불안의 이유를 알고 싶어 별의 별 생각을 다 해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바위틈 입구에도 어둠이 깔리고 외눈이는 잠이 들었다. 잠을 자던 외눈이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잠에서 깼다. 꿈속에서 푸른 빛의 눈을 가진 거대한 시커먼 그림자가 자기를 덮치는 꿈을 꿨다. 이렇듯 기억 일부가 어렴풋이 보였지만, 외눈이는 그게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시 밀물이 밀려와서 한참을 고생하고 난 후 물이 빠지자 외눈이는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주변을 살필 생각으로 바위틈에서 목을 쭉 뺐지만, 너무 짧았다. 갈매기 목이 좀 그랬다. 또 한 번 있는 대로 목을 빼서 내밀었지만, 발을 꼼짝도 하지 않았으니 보이는 거라고는 목을 빼지 않아도 보이는 좁다란 입구 쪽 정면 풍경뿐이었다.
아직은 외눈이에게 배고픔보다는 푸른 눈의 검은 그림자에 대한 공포가 더 컸다. 점점 양식이 줄어가고 있는 난감한 상황에 난데없이 해초 더미가 바위틈으로 밀려들었다. 좁은 입구로 뭉쳐서 밀려 들어온 해초는 외눈이가 있는 안쪽에 양탄자같이 쫙 펴졌다. 나갈 생각이 없다는 건지.
밀물 때 외눈이가 겨우 숨을 쉬던 공간을 해초도 숨을 쉬겠다는 것인지 자꾸 들이밀고 올라왔다. 물이 빠질 때까지 외눈이는 까치발을 하고 바닷물도 먹어가면서 겨우 숨을 쉬었다. 썰물 때는 물만 빠져나가고 해초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외눈이는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숨을 못 쉬어서 죽든지 굶어서 죽든지 할 판국이었다. 바위틈 밖으로 나가는 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국 용기를 못 냈다.
다시 밀물 때가 됐다. 외눈이는 스스로 택한 방식이니까 팔짝팔짝 뛰면서 죽기 살기로 버티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전의 밀물과는 달랐다. 어디서 지진이 났는지 쓰나미 같은 밀물이 강력하게 바위틈으로 밀려들었고, 외눈이가 숨 쉴 공간이 거의 없어졌다.
부리 끝부분이 물 위로 간들간들 나와 있었지만, 숨 쉬려고 부리를 다문 채 끝부분만 벌릴 수는 없었다. 외눈이가 숨을 쉬겠다고 부리를 열자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대로 죽을 수는 없었고, 난생처음 잠수라는 걸 해서 바위틈을 빠져나갔다. 물론 본능에 있는 기술이지만, 머리를 다쳐 그런지 잠수 본능이란 게 죽을 상황에 맞닥뜨리자 겨우 깨어났던 거다.
바위틈에서 빠져나오자 몸통은 저절로 물 위로 떠올랐다. 온 사방이 바다였다. 주변을 둘러봐도 녹색 빛의 눈을 가진 검은 그림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멀리 해변에는 파도만 밀려갔다 왔다 했다.
바다에 떠 있어 안전하기는 한데 외눈이는 이런 상황에서 먹이를 구해본 경험이 없었다.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외눈이는 다시 바위틈으로 들어갔다. 바다에 떠 있을 때 바위틈 주변에 별다른 위험한 게 없다는 걸 확인한 외눈이는 가까운 곳으로 잠시 나왔다가 먹이를 구해서 도로 달려 들어갔다.
그렇게 얼마를 지나도 별일이 없자 외눈이는 좀 더 먼 해변까지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하루는 아침에 좀 멀리 걸어 나갔는데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갈매기들이 하늘을 날고 있는 걸 봤다. 무슨 일인지 해변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런지 궁금했던 외눈이는 해변을 봤다가 하늘을 봤다가 하다가 뒤에서 무슨 기척을 느꼈다. 감긴 한쪽 눈 때문에 시야가 좁아 고개를 뒤로 돌렸다. 살금살금 자기 쪽으로 다가오던 붉은여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여우가 스프링처럼 풀쩍 뛰더니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외눈이는 여우를 처음 보지만, 본능적으로 바다로 달아났다.
여우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왔고, 외눈이는 죽으라고 뛰었다. 잠시 후 발바닥이 바닥에 닿지는 않았고 모래 위를 뛰는 것보다는 빨리 나가질 못했다. 잡힐 듯 말 듯 하다가 물이 차츰 깊어지자 목까지 물에 잠긴 여우가 더 따라오지는 못했다. 이 일로 외눈이는 다른 갈매기들이 해변에 내려앉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됐다. 해변과는 달리 바다 위에는 갈매기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우에게서 도망쳐 바다 위를 돌아다니던 외눈이는 바다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갈매기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갈매기가 물 위에서 뛰면서 날아가는 모습을 본 외눈이는 자기도 발을 움직이며 날개를 펴 봤지만, 발은 여전히 물속에서만 버둥거렸다.
해변에 있는 여우를 힐끔힐끔 쳐다보던 외눈이의 눈에 근처 수풀에서 다른 붉은여우 한 마리가 언뜻 보였다 사라졌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면서 여우로부터는 안전했지만, 바위틈에서나 해변에서만 먹을 걸 구했던 외눈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배가 고파왔다. 여우는 외눈이가 하늘을 날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끈질기게 해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외눈이가 멀리 가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근처 물 위만 빙글빙글 돌고 있었으니까.
주변이 온통 붉은빛 노을로 덮였다. 해변에 있던 여우가 돌아갔는지 외눈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돌아간 게 아니라 노을빛과 모래와 붉은여우의 털 색깔이 뒤섞여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눈이는 조금씩 발을 저어 해변 쪽으로 향했다.
오랫동안 끈질기게 기다리던 여우는 모래 위에 더욱 바짝 엎드렸다. 외눈이는 여우의 존재를 알아채기가 아주 어려웠다. 한쪽 눈이 감겨 있어 더 그랬다. 처음에는 조심조심 나오던 외눈이는 여전히 여우가 눈에 띄지 않자 발을 빨리 젓기 시작했다. 물은 얕아지고 외눈이는 걷기 시작했다. 그때 해변 모래사장에서 모래가 벌떡 일어났다.
외눈이도 그 장면을 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외눈이는 급히 방향을 돌려 바닥 쪽으로 향했지만, 너무 급하게 돌면서 곧바로 넘어졌다. 황급히 일어나 바다로 달리기 시작했지만, 날아오는지 여우가 하늘에서 보였다. 해를 가린 여우는 꿈에서 본 바로 그 시커먼 그림자였다.
외눈이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자기의 생은 여기서 끝장났다고 생각했는지 뜨고 있던 한쪽 눈마저 감아버렸다. 그런데 난데없이 물에 뭔가를 패대기치는 소리와 함께 여우의 비명이 들렸다. 외눈이는 감았던 눈을 번쩍 뜨며 고개를 돌렸다. 붉은여우 두 마리가 외눈이 바로 뒤쪽 얕은 물에서 엉켜 구르고 있었다.
외눈이는 다시 뛰었다. 잠시 후 발이 모래에 닿지 않자 발을 요란하게 젓다가 날개를 활짝 폈다. 본능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러자 정신없이 놀리던 발이 물 위로 올라왔다. 물 위를 뛰고 있었다. 물속에 있을 때보다 보폭이 넓어졌다. 발이 물 위를 밟다가 물 위에 떴다가 했다. 발이 뛰면서 날개도 박자에 맞춰 저절로 움직였다.
물을 떠난 발은 허공에서 가지런히 모여 몸에 붙었고 다리가 뛰지 않는 대신 날개로 힘이 옮겨 갔는지 날개는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눈이는 점점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싸우던 두 마리의 여우는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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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을 아른거리며 지나가는 물고기를 향해 외눈이는 처음 하늘에서 다이빙했다. 다른 갈매기들이 그러는 걸 여러 번 봤었다. 몇 번을 시도하다가 외눈이는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물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때 다른 갈매기가 외눈이가 물고 있는 물고기를 빼앗아 가버렸다. 외눈이는 눈이 감긴 쪽에서 날아드는 다른 갈매기를 보지 못했다.
먹이를 뺏기 쉽다는 걸 알았는지 외눈이가 물고기를 잡는 족족 빼앗아 가는 갈매기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외눈이가 제법 큰 물고기를 물었다. 물고기가 너무 무거워서 바다 표면 가까이에서 겨우겨우 날았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갈매기가 물고기를 뺏으려 달려들지 않았다.
바다 표면 가까이 날던 외눈이는 앞에 있는 바위를 너무 늦게 발견했다. 대가리가 자꾸 쳐졌던 탓이었다. 결국 바위를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고 말았다. 부리에 물려 있던 물고기는 충돌의 반동으로 공중으로 날아 바위의 움푹 팬 자리에 떨어졌다. 거기는 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외눈이는 기절해서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죽은 듯 물 위로 떠올랐다.
그때 멀리서 등지느러미가 번쩍이는 큰 물고기가 물살을 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달려오는 속도로 봐서는 그 물고기도 바위를 들이받을 것 같았지만, 외눈이를 덥석 물더니 급격히 회전했다. 물보라가 일었고 무지개가 잠시 보였다가 사라졌다. 큰 물고기는 외눈이의 대가리를 물었으나 삼키지는 못하고 있었다. 물고기가 앞으로 나가면서 물살에 외눈이의 날개가 활짝 펴진 탓이었다.
기절했던 외눈이가 금방 깨어났고 물고기 입에 물린 채로 날개를 퍼덕거리고 난리가 났다. 외눈이의 몸부림을 감당하지 못하고 물고기는 물었던 대가리를 놓아버렸다. 물고기 입에서 빠져나온 외눈이는 물고기처럼 물속을 헤엄치더니 물 위로 나와서 잠시 둥둥 떠 있었다. 그러다가 정신이 돌아왔는지 물 위를 죽으라고 뛰더니 훌쩍 하늘로 날아올랐다.
조금 전 바위 위 얕은 물웅덩이에 떨어진 물고기는 옆으로 드러누운 채 숨을 쉬겠다고 몸부림을 치면서 그나마 있는 물도 밖으로 쳐내고 있었다. 외눈이가 바위를 들이받을 때 근처에 있던 낚시꾼이 그 장면을 봤다. 달려온 낚시꾼이 물웅덩이에 있는 물고기를 꺼내서 바닷물이 채워진 물통에 넣었다. 이 물고기가 그 낚시꾼의 첫 수확이었다. 물고기는 죽은 듯 가라앉더니 곧 생기를 찾고 통 속을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낚시꾼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낚싯대가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낚싯대는 그림처럼 움직임이 없었고, 낚시꾼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줄이 팽팽해지면서 낚싯대가 흔들거리자 낚시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물고기가 반항이 심한지 낚시꾼은 낚싯대를 당겼다가 줄을 감다가 풀어줬다가를 반복했다.
몇 번을 그러더니 물고기가 힘이 빠졌는지 낚시꾼의 줄 감는 속도가 빨라졌다. 바다에는 기운이 다 빠진 물고기 한 마리가 낚싯줄에 끌려오고 있었다. 끌려오는 물살로 봐서는 제법 큰 물고기였다. 줄을 감고 있던 낚시꾼은 점점 다가오는 물고기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고개를 쭉 빼고 물고기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물고기의 입가에 흰 수염이 있었다.
낚싯줄 감기는 속도가 좀 느슨해지자 물고기가 퍼덕거리며 다시 반항을 시작했다. 그때 물고기 입가에 붙어 있던 흰 수염이 떨어져 나갔고 퍼덕거리는 물고기가 만드는 물살에 흰 수염은 펴지면서 새의 깃털로 변했다.
물 위로 끌려 올라온 물고기는 지쳤는지 입만 뻥긋거렸다. 낚시꾼이 그 물고기를 물통 속에 넣으려 하자 심하게 버둥거렸다. 물통이 넘어지면서 안에 있던 작은 물고기가 퍼덕거리며 바다 쪽으로 튀어갔다. 놀란 낚시꾼은 큰 물고기를 바위에 내버려 둔 채 작은 물고기 뒤를 따라 바다로 굴러가는 물통을 붙잡으러 달려갔다. 낚시꾼이 물통을 따라가는 사이에 바위에 있던 큰 물고기도 퍼덕거리더니 바다로 굴러떨어졌다.
그때 멀리 바위 위에 앉아 있던 외눈이가 그 요란스러운 장면을 보고 있었다. 통에 있던 물고기가 바다로 떨어졌을 때 외눈이는 그 위를 날고 있었다. 잠시 물 위에서 머뭇거리던 물고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외눈이는 다이빙했다. 물고기도 눈치를 채고 물속으로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너무 늦었다.
외눈이는 조금 전 그 물고기를 물고 날다가 바위에 부딪혔던 걸 기억 못 하는 듯했다. 이번에도 외눈이는 그 물고기를 물고 바다 표면 위를 쩔쩔매며 날고 있었다. 퍼덕거리는 물고기 때문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또 좀 전에 들이받았던 그 바위 쪽으로 날고 있었다.
자꾸 처지는 대가리를 들다가 바위를 흘깃 본 외눈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물고기가 퍼덕거리면서 방향은 다시 바위 쪽으로 틀어졌다. 결국 외눈이는 물고기를 부리에 문 채 낚시꾼 앞에 있는 바위에 충돌하고 말았다. 외눈이는 기절해서 바위 위에 널브러졌고 물고기는 옆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조금 전에 물고기 두 마리를 실수로 놓쳤던 낚시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버둥거리는 물고기를 집어서 물통 속에 넣었다. 낚시꾼은 그 물고기가 다시 돌아온 줄은 몰랐다. 낚시꾼은 기절한 외눈이를 대가리만 밖으로 내놓은 채 비닐백에 넣어 입구를 줄로 묶었다. 물고기를 담은 통 옆에 외눈이를 넣은 비닐백을 두고 낚시꾼은 다시 낚싯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기절했다 깨어난 외눈이가 발버둥을 쳤지만, 낚시꾼의 귀에는 바위에 찰싹거리는 파도 소리만 들렸다. 외눈이의 발버둥에 낚시꾼이 대충 묶어 놓은 줄이 점점 느슨해지더니 비닐백 입구가 벌어졌다. 외눈이가 비틀거리며 기어 나와서는 힘이 없는지 잠시 쪼그리고 앉았다.
물고기가 담겨 있는 통과 외눈이가 들어 있던 비닐백은 낚시꾼과 제법 떨어져 있었다. 조금 전에 통이 바위에서 굴러떨어진 것 때문에 낚시꾼은 좀 멀리 평평한 곳에 통을 옮겨뒀다. 낚시꾼이 멀찌감치 보여 그런지 비닐백을 탈출한 외눈이는 좀 여유로워 보였다. 좀 쉬었다가 기력을 회복한 외눈이는 옆에 있는 통 속에서 출렁거리는 소리가 나자 가까이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봤다. 통 속에는 물고기 한 마리가 뱅뱅 돌고 있었다.
그 물고기와 안면이 있었을 텐데도 외눈이는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외눈이는 본능적으로 물통 속을 돌고 있는 물고기를 덥석 물었고 그 물통은 넘어졌다. 물고기를 물고 날아보려 했지만, 외눈이의 대가리가 자꾸 쳐졌다. 그 사이 그 물고기가 가벼워졌을 리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그 자리에서 먹어 치울 생각이었는지 그 무거운 물고기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대가리 쪽을 물었다. 목구멍을 밀어 넣으려는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물고기 대가리가 너무 컸다. 외눈이는 힘이 드는지 모가지를 내렸다가 다시 번쩍 들어 반동을 주며 물고기를 목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어디선가 가마우지가 그러는 장면을 보긴 한 것 같은데 어림도 없었다. 조금 전 넘어진 통에서 흘러간 물이 바위에 앉아 있는 낚시꾼 엉덩이에 도착했고 낚시꾼은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낚시꾼은 외눈이가 물고기를 물고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을 봤다. 외눈이도 동시에 낚시꾼이 돌멩이를 집는 장면을 봤다. 돌에 맞으면 죽는다는 두려움에 외눈이에게 없던 힘이 생겨났다. 외눈이는 물고기를 부리에 문 채 모가지를 번쩍 들고 달렸고 날아든 돌멩이는 어림도 없이 빗나갔다.
바다와 가까운 급경사에 이르자 외눈이는 점프하며 날아올랐다. 아래로 조금씩 쳐지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고도를 유지했다. 외눈이는 한쪽 눈으로 힐끔 낚시꾼을 쳐다보았다. 날개도 없는 낚시꾼을 보자 외눈이는 갑자기 부리를 크게 벌리면서 한바탕 소리를 냈다.
물고기가 부리에서 빠져나가자 갑자기 대가리 쪽이 가벼워진 외눈이는 공중에서 거의 백플립을 할 뻔했다. 바다에 떨어진 물고기는 물속으로 사라졌고, 정신을 차린 외눈이는 물고기의 낙하지점을 찾느라 근처를 빙빙 돌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물고기가 물 위로 올라오더니 헤엄은 치지 않고 배를 드러낸 채 둥둥 떠 있었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외눈이는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다이빙하지 않고 바다 위로 사뿐히 내려서 뒤집혀 있는 물고기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멀찌감치서 물살을 급하게 가르며 외눈이 쪽으로 달려오는 은빛 지느러미가 보였다. 커다란 물고기에게 대가리를 물렸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던 외눈이는 외마디 소리를 내지르며 바다 위를 달렸다. 발은 바다 표면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날개는 요란하게 움직였다. 외눈이는 점점 하늘로 올라갔다.
물살을 가르며 다가오던 은빛 지느러미는 커다랗게 벌린 입을 드러내며 무서운 속도로 외눈이를 향해 날아올랐다. 햇빛에 번쩍이는 이빨을 가진 커다란 물고기는 외눈이가 날아가는 궤적을 정확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그 이빨이 자신의 꽁지에 닿는 순간 외눈이는 기절했다. 날개가 접힌 채 외눈이는 물속으로 꼬꾸라져 들어갔고, 커다란 물고기는 외눈이가 날아갔어야 할 궤적을 따라갔다.
외눈이가 순간적으로 앞에서 사라졌지만, 큰 물고기는 몰랐다. 햇빛에 눈이 부셨던 거다. 입으로 아직 먹이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물고기는 입을 벌린 채 물로 떨어졌다. 그때 물에 떠 있던 푸른 해파리가 물고기 입으로 들어갔다. 뭐가 들어오자 큰 물고기는 입을 다물었고 그다음 꿀꺽 삼켰다.
정신이 돌아온 외눈이는 방금 잡아먹힐 뻔했으니까 얼른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물 위를 뛰면서 이륙하려는 순간 외눈이의 발에 물에 둥둥 떠 있던 물고기가 채였다. 외눈이는 물 위를 굴렀고 발에 챈 물고기는 살아난 듯 푸드덕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공중에서 부리를 쩍 벌렸다가 외눈이가 떨어뜨린 그 물고기였다.
방금 죽을 뻔한 건 까먹었는지 외눈이는 물 위에 뒤집힌 채 떠 있는 물고기를 보자마자 다시 사냥 본능이 발동했다. 발을 요란하게 저어서 물고기 쪽으로 갔다. 그때 다른 갈매기 한 마리가 물 위에 떠 있는 그 물고기를 향해 하늘에서 쏜살같이 내려오고 있었다. 외눈이는 즉시 그 물고기를 물었고, 부리를 살짝 틀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갈매기는 표적이 사라진 지점을 통과해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외눈이가 두 번이나 놓쳤던 물고기였지만, 몸을 축 늘이고 있어 그런지 더 무거웠다. 방금 그 경쟁자를 의식했는지 외눈이는 그 물고기를 물고 물 위를 뛰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동안 곡절을 여러 번 겪은 외눈이는 체력 소모가 많았다. 물고기를 부리에 문 채 물 위를 열심히 달렸지만, 자꾸 발이 물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도무지 속도가 붙지 않았고 그래서 하늘로 날아오르질 못했다.
외눈이는 그 물고기를 부리에서 내려놓지는 못한 채 미련 때문에 물 위를 빙빙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근처에서 물이 솟구치더니 커다란 은빛 물고기가 불쑥 올라왔다. 외눈이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췄다. 물속에서 올라온 은빛 물고기는 외눈이에게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뒤돌아 있었다.
외눈이는 살금살금 뒤로 후퇴했다. 용케도 부리에 물고 있던 물고기는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그 큰 물고기는 헤엄도 치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 둥둥 떠 있었다. 조금 전에는 너무 놀라서 경황이 없었지만, 외눈이가 보고 있는 큰 물고기는 등지느러미가 없었다.
유심히 그 큰 물고기를 쳐다보던 외눈이는 또 한 번 놀랐다. 그 물고기는 뒤집혀 있었다. 외눈이는 뒷걸음질을 멈추고 살금살금 뒤집힌 큰 물고기 쪽으로 다가갔다. 그 물고기의 아가미는 벌어져 있었고, 입도 크게 열려 있었으며, 눈은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변했다.
외눈이는 큰 물고기 앞으로 가서 열려 있는 입 안을 들여다보았다. 큰 물고기 입 안에는 미처 목구멍으로 다 넘어가지 못한 푸른 해파리가 입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외눈이는 부리에 물고 있던 물고기를 큰 물고기 곁에 내려놓았다. 너무 오래 물고 있어서 대가리가 자꾸 쳐졌고 지겹기도 했다.
두 마리 물고기를 뒤로 하고 외눈이는 천천히 발을 놀리며 그들에게서 멀어져 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 아래 큰 물고기와 작은 물고기는 서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듯 건들건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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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이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날개에 힘도 많이 생겼고, 바람을 타는 재주도 좀 익혔다. 앞쪽 먼 하늘에 까만 점 같은 게 보였다. 해를 등지고 다가오는 물체는 보였다 안 보였다 했지만, 외눈이는 한쪽 눈을 껌뻑이며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그 점이 점점 커지더니 차츰 점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새였지만, 그건 날아오는 게 아니라 돌처럼 외눈이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외눈이는 그 새가 하늘을 날다 잠이 들었든지, 기운이 없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공중에서 거의 멈춘 채 외눈이는 자기에게로 떨어지는 새를 보고 있었다. 그 새가 거의 충돌할 만큼 가까이 다가오자 외눈이는 재빨리 몸을 비켰다. 붙들어주고 싶었는지 발을 앞으로 내밀려다 말았다. 덩치가 자기보다 크니까 자신이 없기도 했고, 아래가 바다니까 떨어져도 다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 새는 외눈이와 눈이 마주치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 눈은 무섭게 번뜩거렸고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부리와 앞으로 내민 양발의 발톱은 비슷하게 생겼는데 닿으면 무엇이든지 찢어버릴 듯했다.
그런데 외눈이를 지나치자마자 큰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그 새는 공중에서 가뿐하게 멈추었다. 그 순간 기류가 흐트러지면서 외눈이는 하늘에서 곤두박질을 치듯 빙글 돌았다. 정신이 아찔했지만, 외눈이는 그 새를 보는 시선을 놓치지는 않았다. 그 새는 날개를 퍼덕이면서 자세를 바로잡았고, 중심을 잃고 하늘에서 빙글 도는 외눈이 쪽으로 힘차게 날아왔다.
외눈이는 부리 끝부터 꼬리 끝까지 공포의 전율에 휩싸이면서 순식간에 그 큰 새의 발톱에 잡히고 말았다. 외눈이가 버둥거리면서 깃털 몇 개가 빠졌고 하늘에서 휘날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무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외눈이는 충격을 받았고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며 추락했다. 그 바람 소리는 그 큰 새와 비슷하게 생긴 새였다. 두 마리 큰 새가 하늘에서 싸움이 붙었지만, 이내 공격했던 새는 달아났다. 싸움에서 이긴 새는 다시 외눈이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직도 하늘에서 추락하고 있던 외눈이는 소나무 가지에 몸이 부딪힌 후 아래 있는 큰 바위들 틈새로 떨어졌다. 큰 새도 곧 근처에 내려앉았고 틈새에 빠진 외눈이를 보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외눈이가 빠진 곳은 제법 깊었고 날개를 펴면 양쪽 면에 부딪혀 날 수가 없었다. 사방은 미끄러워 발로 잡고 올라올 수도 없었다.
그 장면을 낚시꾼이 보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 굴러들어온 물고기와 외눈이를 잡았다가 놓친 사람이었다. 낚시꾼이 다가가자 그 큰 새는 날아가 버렸다. 바위 틈새에 빠져서 버둥거리고 있는 외눈이를 본 낚시꾼은 손을 집어넣어 꺼내려 했지만, 자기가 거꾸로 빠질 것 같았다.
낚시꾼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평행봉 하듯 양쪽 바위를 잡고 발을 천천히 내렸다. 발로 잡아 올릴 생각이었다. 발이 내려오자 외눈이는 그 좁은 틈에서 낚시꾼의 발 뒤쪽으로 피했다. 아래를 볼 수 없는 자세를 한 낚시꾼의 양발 사이로 외눈이가 스치며 빠져나가자 그는 조금 더 아래로 발을 내렸다. 그러다가 몸을 지탱하고 있는 양팔이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지면서 낚시꾼은 바위 틈새에 끼었다. 낚시꾼은 두 팔이 항복하듯 하늘로 들렸고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낚시꾼은 외눈이가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지르며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발목 아래만 꿈틀거렸다. 공포에 질린 채 외눈이는 낚시꾼과 그렇게 얼마간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낚시꾼이 지쳤는지 꿈틀거리던 발도 멈추었다. 외눈이는 부리로 낚시꾼을 살짝 건드려 보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시간이 흘렀고, 가끔 들릴 듯 말 듯 앓는 소리를 내며 통나무같이 가만히 서 있는 낚시꾼의 옷을 붙잡고 외눈이가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경련하듯 움찔거리기는 했지만, 낚시꾼은 물 위에 뒤집혀 둥둥 떠다니던 물고기 같았다. 옴짝달싹 못 하는 낚시꾼의 옷을 붙잡고 올라온 외눈이는 그의 머리를 밟고 뛰어서 바위틈에서 빠져나왔다.
외눈이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 뭔가 깨달아지는지 혼잣말했다.
‘나보다 큰 놈은 누구건 간에 다 날 잡아먹으려 하는군. 내가 맛있어 보이나 봐. 하늘도 바다도 땅도 안전한 곳이란 없어.’
4
천둥 같은 소리에 외눈이는 약간 움찔했지만, 별로 놀란 기색은 아니었다. 이런 소리는 하늘에서 물을 쏟아붓는 신호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외눈이는 언제쯤 물이 떨어질까 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하늘에서 물이 아니라 시커먼 물체가 떨어지고 있었다.
피할 새도 없이 떨어진 물체는 외눈이의 날개를 쳤다. 충격으로 튕겨 나갔다가 일어난 외눈이 앞에는 커다란 새가 널브러져 있었다. 외눈이는 정신이 없어 몰라봤지만, 그 큰 새는 며칠 전에 하늘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사냥개들이 짖으며 달려오는 소리에 외눈이는 부랴부랴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에서 보니 개 한 마리가 널브러져 있는 큰 새를 물고 오던 길로 뛰어갔고 다른 개들은 짖으며 따라갔다. 외눈이의 경험이 더해졌다. 천둥소리가 나면 하늘에서 비가 오든지 아니면 사냥개가 달려온다는.
하늘에서 떨어진 큰 새에게 부딪힌 날개가 결리기도 해서 외눈이는 부둣가에 메어 있는 배 쪽으로 내려갔다. 배를 메어 놓은 밧줄 위에 내려앉아 막 날개를 접는데 멀리서 노을에 물들기 시작한 붉은 바다 위를 가르며 달려오는 것이 있었다. 외눈이는 그게 뭔지 궁금해서 종종걸음으로 밧줄 위를 걸어서 배의 이물로 갔다.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쫓고 있었다. 잡아먹을 기세였다. 도망자의 꼬리가 추격자의 입에 닿았는지 도망자는 화들짝 놀라며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추격자도 정확하게 같은 지점에서 도망자를 향해 방향을 틀었지만, 체중 때문인지 회전반경이 좀 커졌다. 둘 사이 약간 거리가 생겼지만, 이내 좁혀졌다. 도망자가 달아나는 속도보다 뒤에서 밀려오는 물살이 더 빨랐다.
도망자가 다시 방향을 들었지만, 외눈이가 있는 배의 이물 바로 앞으로 향했다. 또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배가 너무 가까이 있었다. 결국 도망자는 이물의 날 선 부분을 전속력으로 들이받았고, 정확하게 도망자를 따라가던 추격자는 급정거하면서 벌린 입을 다물었다. 도망자는 통째로 큰 물고기의 입 안으로 들어갔고 덤으로 큰 물고기가 이물에 부딪히지 않도록 완충 작용까지 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외눈이는 갑자기 비틀거렸다. 곧이어 발을 하늘로 향한 채 배 위에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몸을 끄떡거리며 고양이 같은 소릴 내기 시작했다. 웃는 소리는 아니었다. 사냥개 입에 물린 새와 연이어 눈앞에서 본 물고기의 죽음에 외눈이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외눈이는 곧 조용해졌다. 누운 채로 있었지만, 잠이 든 건 아니었다. 뜨고 있는 한쪽 눈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그때 가까이 있는 다른 배에서 길게 늘어진 희미한 그림자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래전 해변에서 외눈이를 쫓아왔던 그 붉은여우였다.
여우는 한쪽 발을 내밀어 외눈이가 있는 배의 이물을 발톱으로 잡았다. 나머지 한쪽 발도 내밀어 이물을 양발로 잡는 순간 파도가 두 배 사이의 거리를 쭉 늘였다. 여우는 앞발과 뒷발을 각각 다른 배에 놓고 최대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가 되었다. 두 배의 거리는 자꾸 멀어지려 했지만, 여우는 양쪽 배를 붙들고 화해시키려는지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외눈이의 뜨고 있던 눈이 감겼다. 노을은 사라지고 반쯤 이지러진 달이 외눈이를 희미하게 비쳤다. 고요해진 밤바다를 울리는 붉은여우의 비명과 첨벙 소리에 외눈이의 발가락이 꼼지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