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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휘

책 제목 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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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1월-01.창작의산실-권오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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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으로서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단순하고 진솔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으며, 다양한 감정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애썼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시집과 인문학 관련 서적들을 출간하게 되었다. 인문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이 것이 인문학이다”, “이것이 시다”라고 자신 있게 단언할 자신은 아직 없으며 나의 행보는 늘 진행형이다.
지금까지의 작품 활동을 돌아보면, 그 근원은 태어난 고향집과 뒷산,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들에 있다. 이러한 경험은 첫 시집인 『추억은 그 안에서 그립다』로 이어졌으며, 내 삶 속에서 그리움이란 감정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러한 성향은 지역의 언어에 대한 애정으로도 이어졌다. 지역어를 작품에 담기 위해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했고, 그 결과 『예천방언과 전통문화』, 『경북 북부지역 방언사전』, 『예천지역의 언어 문화』등의 책을 공저로 발간했다. 그리고 옛날 교육의 장이었던 향교의 역할 등에 대해 재조명하고 전통을 배우고 미래를 꿈꾸며 『경북의 발견』을 출판하기도 하였다. 글은 그 사람의 심성을 드러낸다고 믿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 한글이 어떻게 세상 에 나왔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세종대왕의 입장에서 한글 창제 원리를 탐구하게 되었다. 수년에 걸친 연구 끝에『훈민정음 제자원리와 역리의 상관성』을 집필했으며, 이 책은 2023년 이인화 작가의 『2061』, 안도현 시인의 『내게 왔던 그 모든 당신』과 함께 중국 허난성 도서관에 기증되기도 했다.
다시 시집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이미 지나간 것과의 작별법을 익히며』를 통해 나는 고향과 향수,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현실적인 내면의 이야기로 확장하려 했다. 이 작품에 대한 안도현 시인 의 서평을 소개해본다.

시인이 새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겨울을 나고 싶은 ‘호명 흙집’은 “옆 구리가 자꾸 패여/ 기침을 하는 흙집”이다. 우리 집에서 차를 타고 가면 5 분 거리다. 여기에서 시인은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땅과 어머니를 돌아 보면서 현재의 시간과 존재에 대한 사색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상동, 평구마당, 청미논, 항수바위, 돌배기, 체양, 한 천과 같은 지명들은 시인의 원체험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들이다. ‘아득한’농경사회의 정서로부터 지금은 멀리 떠나와 있지만 시인은 그 ‘아득한’공간을 연민의 시선으로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한다. 이 시집에서 그 어느 시어보다 자주 등장하는‘그리움’의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시인은 “가끔 흐르고, 가끔 생각하고, 가끔 꿈꾸며 할 수 있는 것”이 침묵이라고 한다. 입을 봉하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침묵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 게 시인은 침묵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말한다. 이것은 침묵이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침묵하지 못하는 세상과 말을 참지 못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따끔한 충고이기도 하다. 침묵의 과정이 있어야만 절망을 스스로 소화해야 할 간식 정도로 여 기게 된다는 것. 따라서 그리움은 시인이 다다르고 싶은 어떤 이상향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시인이 초대한 그리움의 나라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된다. 고향 예천으로 돌아와 다정한 사람 권오휘 시인을 더 가까이에서 사귀게 되어 참 좋다.

나는 1989년부터 모교에서 국어 교사로 지금까지 재직하고 있다. 아 내가 마련해 준 작은 글방에서 고추와 토마토 등 농사를 짓고 보리수나무, 대추, 매실과 감나무를 돌보며 작은 마당에는 소나무 두 그루를 심어 그 속에서 문학적 심상을 고르고 있다. 나에게 문학, 특히 시란, 자 연이라는 다채로운 스펙트럼 속에서 특정한 순간과 공간을 끄집어내어 시인의 언어로 빚어내고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자연의 풍부한 스펙트럼 덕분에 작품 속에 녹아든 경험과 감정들은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과도 깊은 교감을 이룰 수 있도록 해준다. 나의 시에는 내가 겪었던 사건들과 복잡다양한 감정의 선들이 단순화되어 자연 속에 녹아들며, 그 과정에서 삶의 복잡성은 점차 희미해져 간다. 대신,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그 시간들을 지나온 내 자아가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동이 담겨 있다. 문학은 나에게 단순한 표현의 도구가 아니라, 삶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고 그 여정을 독자와 나누는 과정이다. 결국, 감정의 색깔을 찾아내어 그것을 언어의 색감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문학적 상상력의 원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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