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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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창작의 산실은 예천의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작은 흙방이다. 이곳 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영감을 얻고, 나의 문학을 꽃피우는 특별한 공간이다. 창작의 과정은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를 넘어, 자연의 소리와 색, 그리고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일이다.
이 작은 흙방은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자연의 모든 요소와 연결된 살아 있는 창작실이다. 주변의 나무와 꽃, 바람의 흐름은 나의 창작에 생동감 넘치는 영감을 불어넣는다. 봄날의 새싹이 돋아나는 작은 생명 의 움직임,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느껴지는 재로 화할 듯 타오르는 열정, 가을의 스산한 바람소리, 겨울의 고요한 정적속에서 들려오는 사각거리는 눈 쌓이는 소리까지, 소리와 색감, 향기와 촉감은 모두 내 작품의 영감이 된다. 이곳에서 나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시로 표현한다.
때때로 새벽의 첫 햇살이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느끼고, 11월 초겨울, 늦가을의 붉고 노란 낙엽들이 바람에 뒹굴고 비에 젖어 사그러질 때면, 지나가는 시간의 덧없음과 삶의 무상함이 조용히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덧없는 시간과 잡을 수 없는 삶에 대한 애착이 친구처럼 나의 작은 흙방을 찾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펜을 들게 된다. 딱히 삶을 성찰해야 할 이유도, 쓸쓸함을 달래야 할 사연도, 친구가 먼 길을 떠난 일 같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말이다.
창작은 때로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에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에도 흥미와 관심을 기울인다. 문학은 고립된 작업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깊어지는 여정임을 알기에, 지인들이나 친구들과의 갈등, 그리고 그들과 나누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들까지 나에게는 모두 소중하다. 이러한 다양한 관계와 대화 속에서 얻는 통찰과 함께 공유된 경험은 내 창작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며, 나의 시적 언어를 더욱 풍부 하게 확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과 인간의 삶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이라는 3차원적이고 입체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러한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관계를 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며, 자연과 인간이 서로 이질적이면서도 동류의 본성을 공유하고 있다 는 믿음을 바탕으로 창작을 이어간다.
결국, 나의 시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추억과 그리움의 파편적인 기억 속에서 새로운 형상과 향기로 진화해 자신을 발견하며, 그것이 곧 창작의 본질적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창작의 산실에서 나는 계속 성장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그 이야기를 지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나에게 단순한 작업을 넘어, 존재의 의미를 찾는 소중한 여정이며, 그 여정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글을 쓰며 창작의 열정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