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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애

아동문학가

책 제목 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9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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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9월-01.창작의산실_소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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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이가 벌떡 일어나 발을 굴렀어요.
“이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너는 멍청이야.”
껌벅껌벅 나는 도현이를 올려다봤어요. 할머니가 혀를 찼어요. 
“왜 덕구를 못살게 구는 게야? 네가 덕구를 멍청이라고 부르면 동네 사람도 멍청이라고 부르게 돼. 덕구라는 좋은 이름 놔두고 왜 그랴?” 
도현이가 툴툴거렸어요.
“손을 달라고 해도 못 알아듣고 손가락 총으로 탕 쏴도 쓰러지지 않아요. 멍청이예요.”
할머니가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었어요.
“그런 것이 강아지에게 뭐 중요해.”
“다른 집 개들은 다 한단 말이에요. 손, 하면 손 내밀고 손가락총으로 탕, 하면 총 맞은 것처럼 쓰러진단 말이에요.”
도현이는 나를 향해 허옇게 눈을 흘겼어요.
‘얘는 이상해. 나는 발만 네 개 있는데 자꾸만 손을 달라고 해. 손가락으로 탕, 하는데 쓰러지는 것도 웃기잖아.’
나는 도현이가 짜증내는 이유를 알 수 없었어요. 껌벅껌벅 쳐다보기만 했어요.
“강아지가 그저 밥 잘 먹고 건강하면 되지. 낯선 사람이 오면 짖고 말이야.”
‘낯선 사람 오면 짖고 말야.’
할머니와 내 눈이 마주쳤어요. 나는 낯선 사람이 와도 짖지 못해요. 무서워서 할머니 뒤에 숨기 바빴거든요. 언젠가 밥 얻으러 왔던 거렁뱅이 아저씨가 내게 말했어요.
“너 생긴 것은 진돗개인데 바보구나. 나 같은 사람 오면 짖어야지. 짖지 않고 숨기만 하면 어째.”
그때도 할머니는 내 편이 되었어요.
“남의 집 강아지 나무라지 말고 이거나 가지고 가슈.” 하면서 천원짜리 두 장을 줘서 보냈어요.
“덕구야, 걱정하지 마. 너도 크면 짖게 될 거여.”
할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어요. 하늘 아래에 내 편은 할머니뿐이었어요.
동네 개들도 나랑은 놀지 않아요.
“멍청이다. 못 본 척해.”
저희들끼리 속닥거리고 웃으며 매일매일 냉동창고를 둘러봤어요. 우리 집 건너 큰길가에 3층 높이의 커다란 냉동창고가 있어요. 거기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그리고 여러 가지 생선들이 층마다 꽉꽉 보관되어 있대요.
햇빛을 받아 번쩍이며 늠름하게 서 있는 냉동창고는 보기만 해도 입 안에 침이 고였어요. 창고 속에 들어 있다는 고기들은 생각해도 배가 불렀어요. 동네 개들이 떼를 지어 하루에 한 번씩 창고를 도는 것도 나와 같이 흐뭇해서일 거예요.
도현이에게 알 수 없는 짜증을 듣고 난 나는 어슬렁어슬렁 집을 나왔어요.
마침 동네 개들이 냉동창고로 오고 있었어요. 저희들끼리 뭔가 낄낄거리며 걸어오던 여덟 마리 개들은 나를 못 본 척 냉동창고 울타리, 개구멍 쪽으로 향했어요. 나는 멀찍이 떨어져 따라 걸었어요. 동네 개들은 바위산과 맞닿아 있는 울타리에 개구멍을 만들어 놓고 드나들고 있었어요.
“리버, 너 털 걸렸다.”
“삽사리, 몸을 낮춰.”
“야, 닥스! 꼬리가 걸리잖아, 꼬리 내려.”
동네 개들은 서로서로 챙겨주면서 개구멍으로 들어갔어요.
동네 개들이 다 들어가고 한참 후에 나도 따라 들어갔어요. 내 꼬리는 다리 사이에 있고 몸도 크지 않아 개구멍으로 들어가는 데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어요.
내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을 때, 정문으로 커다란 탑차가 들어왔어요. 고기를 내가는 거예요. 나는 동네 개들을 따라가지 않고 정문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어요.
경비실에서 아저씨가 뛰어나오고 탑차는 궁둥이를 창고 문 쪽으로 돌려세웠어요. 커다란 창고 문이 열렸어요. 차에서 내린 아저씨들이 창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오늘은 웬일인지 경비아저씨가 탑차 운전기사 따라 안으로 들어갔어요.
살그머니 그들을 따라 들어갔어요. 으스스 추웠어요. 창고 안, 양옆으로 쌓인 상자 모두 허옇게 서리가 끼어 있었어요.
“우와! 저게 다 고기랑 생선이란 말이지.”
추운 속에서도 입이 헤 벌어졌어요. 입에서 침이 주르르 흘러내렸어요. 
“여기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시죠.”
경비아저씨 안내에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경사진 길로 지게차가 올라갔어요.
나는 지게차를 졸래졸래 따라갔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탑차 기사가 테블릿을 보면서 실어 나를 것을 골라냈어요. 지게차 갈퀴가 상자들을 내렸어요. 상자를 가득 실은 지게차가 아래로 내려갔어요.
“으드드, 추워.”
나는 춰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어요. 지게차를 따라 내려가다가 그만 경비아저씨에게 들키고 말았어요.
“아니, 웬 개가?”
경비아저씨가 나를 잡으려고 달려왔어요. 나는 경사길을 고꾸라지듯 달렸어요.
문 앞에서 창고 안을 들여다보는 동네 개들이 보였어요. 나는 동네 개들을 향해 소리쳤어요.
“도망가!”
동네 개들이 흩어져 달아났어요.
“이놈의 개들!”
경비아저씨가 소리를 질렀어요. 나는 죽어라 달아났어요. 창고와 점점 멀어졌어요.
“헉헉헉.”
집 앞에 닿아 숨을 헐떡이는데 동네 개들이 나타나 나를 둘러쌌어요.
“창고 안에서 고기 봤어?”
“생선도 봤어?”
“새우도 있어?”
나는 고개를 저었어요.
“모두 상자에 들어 있어서 못 봤어. 그런데 무지무지하게 많더라.” 
다리 사이의 꼬리가 꿈틀 위로 올라왔어요.
“그래에?”
동네 개들이 부러움을 숨긴 얼굴로 돌아갔어요.
창고 안에 들어갔다 온 후 나는 매일매일 상자가 가득 쌓여 있던 창고 안 꿈을 꾸었어요. 아침이면 입가에 침이 흥건했어요.
냉동창고 앞, 경비실 옆에 개집이 생겼어요. 짙은 갈색 커다란 셰퍼트가 창고를 지켰어요.
셰퍼트는 냉동창고 정문을 노려보며 앉아 있거나 경비아저씨와 함께 창고 주위를 순찰했어요. 단단한 몸에 쭈빗 서 있는 귀와 꼿꼿이 세운 꼬리가 멋있었어요.
도현이가 개를 보고 와서 호들갑을 떨었어요.
“할머니, 냉동창고에 온 개 봤어요?”
“봤지.”
“떡 버티고 앉아 있는 폼이 멋져요. 귀도 쫑깃 서 있고 늠름해요. 여기 오기 전에 경찰견으로 일했대요. 이름도 멋져요. 칸이래요. 칸.”
“멋있더라. 허지만 난 우리 덕구가 더 멋있어. 덕구도 나이가 들면 귀가 쫑긋 설 거여.”
역시 우리 할머니가 최고예요.
도현이는 나를 향해 흥! 콧방귀를 뀌고 지나갔어요.
칸이 온 뒤, 우리들은 감히 냉동창고에 갈 생각을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보았어요.
칸이 온 지 며칠이 지난 밤이었어요. 이상한 냄새에 눈을 떴어요.
“불이야, 불!”
냉동창고에서 불길이 올라왔어요. 냉동창고에서 제일 가까운 우리 집은 대낮같이 밝아졌어요. 뜨거운 열기가 후욱 밀려왔어요.
“컹컹컹!”
칸 짖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아이고 어쩐댜. 불, 불, 불.”
할머니가 맨발로 마당으로 뛰어나와 어쩔 줄 모르며 몸을 떨었어요.
도현이는 울면서 엄마에게 매달렸어요.
“어머니, 정신 차리세요. 마을회관으로 가십시다.”
도현이 아빠가 간단한 짐과 가족을 데리고 나가다가 나를 보았어요. 밤이면 목줄을 해 놓은 나를 풀어줬어요.
소방차가 세 대나 달려왔어요. 소방차들은 우리 집과 냉동창고 사이에 멈춰서서 창고를 향해 물을 쏘아댔습니다. 하늘까지 태울 듯 솟아오르던 불길이 조금씩 꺾이고 낮아졌어요. 하얀 수증기가 앞을 가렸어요. 날이 밝자 동네 개들이 우리 집으로 몰려왔어요. 도현네 식구들과 사람들도 모여들었어요. 사람들은 도현네 식구들을 위로했어요.
“이만하기 다행이지 뭐유.”
“동네까지 번지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유.”
“도현 할머니, 많이 놀래셨지유?”
할머니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어요.
“말도 말아유. 나는 간이 콩알만해졌다니깐유. 뭔일 나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개들 짖는 소리, 사람들 소리, 창고 타는 소리, 소방차 물 쏘는 소리…. 나는 많은 소리 속에서 귀를 기울이었어요. 칸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처음 불이 났을 때 컹컹컹 미친듯이 짖었던 칸이었는데 지금은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요.
“묶여 있었는데 다친 것 아냐?”
냉동창고 정문으로 달려갔어요. 칸은 큰길가 전신주 아래로 옮겨져 있었어요. 늠름하기만 하던 칸은 창고를 바라보며 불안한 듯 서성였어요. 앞다리 하나를 절둑거렸어요.
“다쳤어?”
칸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어요. 창고를 향한 두 눈이 슬퍼보였어요.
“불난 것이 네 잘못은 아니잖아.”
말을 해 놓고 나는 금방 후회했어요. 칸의 맘도 모르면서 괜한 말을 했다 싶었어요.
냉동창고 불은 하루 낮밤을 타고 소방차 물에 완전히 꺾이고 꺼졌어요. 창고는 얼기설기 꺾인 쇠와 타다 남은 벽이 커다란 쓰레기 더미로 남았어요. 몇 군데에서 실낱 같은 허연 증기만 간간이 올라왔어요. 노란 테이프가 창고를 빙 둘러 처졌어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말들이 오고 갔어요.
“불난 원인이 전기 누전이라네유.”
“큰 손해 봤것네. 그래두 다친 사람 하나 없으니 천만다행이지유.”
“칸이 경찰견이었다고 하더니 다르긴 달라유. 칸이 경비아저씨를 구했대유.”
“그랬대유. 창고에 불이 나자 목줄을 끊고 경비실에 들어가 경비아저씨를 끌고 나왔대유.”
“참 신통한 개구먼유.”
동네 개들이 사람들 주위에서 어슬렁거렸어요. 다른 동네 개들도 몰려와 기웃거렸어요. 누군가 혀를 찼어요.
“근디 이 개들은 왜 이렇게 몰려 다니는겨?”
도현이 할머니가 웃었어요.
“개들이라고 생각 없것어? 냄새 좀 맡아 봐.”
사람들이 킁킁거리다가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래요. 냉동창고에 불이 나자 고기 굽는 냄새 생선 타는 냄새가 온 동네를 넘어 이웃 동네로 퍼져 나갔어요.
“그래두 안되야. 위험혀. 창고에 갈 생각은 마.”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말했어요. 창고에서는 고소한 구운 고기 냄새도 났지만 다른 것들 탄내도 지독했어요.
비가 왔어요. 창고에서 무언인가 무너지는 소리도 문득문득 들려왔어요.
“이제 들어가도 될 거야.”
비가 그친 다음 개들은 약속이나 한 듯 창고로 몰려갔어요. 나는 할머니 눈치를 보느라고 제일 나중에 창고로 달려갔어요. 우리 개들에게 천국이 있다면 아마도 불 꺼진 고기창고 같을 거예요. 우리들은 고기와 생선을 닥치는 대로 먹었어요.
가끔씩 여기저기서 벽이 무너지고 쇠파이프가 내려앉았지만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배가 부르자 나중에는 덜 타고 맛있는 고기만 골라 먹었어요.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며 고기를 먹어대는 우리들 모습이 타서 없어진 벽 때문에 훤히 보여졌어요.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면서 웃었어요.
“개들이 살판 났구먼 살판 났어.”
“요즘엔 집에도 안 온다니깐.”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났어요. 이제 먹을 만한 고기도 없고 모두들 집에 가고 싶어했어요. 나갈 길을 찾던 개들이 낑낑거렸어요.
“큰일 났다. 내려가는 길이 없어졌어.”
날카로운 양철판과 조각이 쭈빗쭈빗 서 있고 뾰족하게 부러진 쇠파이프들이 길을 막고 있었어요. 기어서도 뛰어넘어서도 갈 수 없었어요. 개들은 당황하여 울기 시작했어요.
“컹컹컹, 큰일 났다. 길이 없어.”
“멍멍멍, 우리 이제 어떻게 해.”
“우∼우∼우∼.”
늑대같이 우는 개도 있었어요.
우왕좌왕하는 개들 틈에서 나는 조용히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어요. 이렇게 큰 창고에서 나갈 길 하나 없겠어요? 전에 창고에 들어왔던 기억을 되살렸어요.
트랙터가 다니던 경사길이 있었고, 사람들이 타고 다니던 엘리베이터가 있었지요. 그리고… 아, 그래요 비상계단이 있었어요.
나는 3층으로 올라갔어요.
“비상계단이… 비상계단이….”
그러나 비상계단이 보이지 않았어요. 기억을 짚어 가며 킁킁킁 냄새를 맡으며 비상계단 찾으려고 애썼어요.
“여기쯤인데… 여기 있다!”
벽이 무너져 계단을 가로막고 있었고 틈 사이를 뭔가 녹았다가 굳은 것이 끼어 있었어요.. 나는 알지 못할 덩어리를 물고 당겼어요. 좋지 못한 냄새가 후욱 입을 통해 코로 흘러나왔지만 참고 잡아당겼어요. 고생고생, 있는 힘을 다해 당기자 뻥 비상계단이 보였어요. 내려가 보니 넘어진 벽이 비스듬히 지붕처럼 비상계단을 보호하고 있었어요.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 보니 시원한 바깥으로 통했어요. 나는 뒤돌아 3층으로 올라가 소리쳤어요.
“모두 올라와 봐, 내려가는 길이 있어.”
소리쳤지만 아래층에서 울며 떠드는 개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어요. 나는 아래로 내려가 소리쳤어요.
“조용! 조용히 해. 3층으로 올라와. 내려가는 길이 있어.”
서너 번 소리를 질렀을 때서야 개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어요. 그중에서도 우리 동네 개들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모습은 나를 웃겼어요.
개들이 내 뒤를 따라 3층으로 올라왔고 비상계단을 통해 밖으로 나갔어요. 우리 동네 개들은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슬쩍슬쩍 나를 건들이거나 꼬리로 툭툭 쳤어요.
나는 뻥 뚫린 벽 난간에 올라가 개들이 무사히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내려다봤어요.
“개들이 돌아왔어유!”
사람들은 반가워 외쳤고 개들도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어댔어요.
“근디 우리 덕구는….”
할머니가 3층 난간에 있는 나를 보고 놀라서 외쳤어요.
“아이구 어쩐댜. 우리 덕구가 아직도 저 위에 있네.”
“아이 저 멍청이!”
도현이가 발을 굴렀어요. 나는 걱정 말라고 컹컹 짖었어요.
“도현아, 소방차 불러. 한 번도 짖지 않던 애가 을마나 무섭고 다급하면 저렇게 짖것냐. 소방차 불러.”
할머니는 나를 향해 손을 저었어요. 도현이가 챙피하다는 듯 전화기를 눌렀어요.
개들이 나를 올려다보며 짖었어요.
“야, 고마워.”
이웃 동네 개들은 인사를 하고 저희 동네로 가고 우리 동네 개들은 그만 내려오라고 짖었어요. 나는 높은 곳에 서서 내려다보고 사람들은 나를 올려다보는 것이 좋았어요. 난간 위를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사람들이 소리질렀어요.
“위험해!”
“조심해.”
“덕구야, 돌아댕기지 말구 가만히 앉어 있어. 위험혀.”
할머니가 우는 소리를 냈어요.
사이렌 소리를 내며 소방차가가 달려왔어요. 사람들이 소방차에게 자리를 비켜 주려고 흩어졌어요. 소방차에서 사다리를 올리려고 준비했어요. 나는 소방차가 길게 사다리 펴는 것을 보는 것이 좋아요.
나는 그 멋진 모습을 보기 위해 비상계단으로 뛰어내려갔어요.
“우리 덕구, 덕구가 없어졌어. 워쩐댜!”
할머니가 3층을 올려다보며 발을 굴렀어요. 나는 할머니 옆에 가 소방차를 쳐다봤어요.
“멍청아, 어디 갔어!”
도현이는 옆에 있는 나를 보지 못하고 두 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입에 대고 소리쳤어요.
사다리가 길게 펴지면서 3층 난간에 닿았어요.
“도현아, 저것 봐. 멋지다. 멋져!”
나는 도현이를 향해 컹컹컹 짖었어요.
“에그머니나, 덕구야!”
할머니가 옆에서 짖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주저앉았어요.
“멍청이 너, 어떻게 내려왔어!”
도현이가 나를 번쩍 안아 올렸어요.
“우리 개가 내려왔어유!”
할머니가 소리쳤어요. 사다리가 멈췄어요.
나는 도현이에게 안긴 채 사다리가 접혀 내려오는 것을 아쉽게 쳐다봤어요.
그날 이후 내가 집을 나가면 동네 개들이 내 뒤를 졸래졸래 따라다녔어요.
“덕구야, 어디 가?”
“우리 같이 가도 돼?”
내 꼬리가 하늘을 향해 꼿꼿이 일어섰어요. 움찔움찔 귀도 일어서는 것이 느껴졌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 걸었어요. 불에 타고 무너진 창고를 한 바퀴 돌아 칸에게 갔어요. 경비아저씨를 구하고 불에 덴 칸은 발에 붕대를 감고 엎드려 있었어요.
“칸, 너도 창고 안에 들어가 고기를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동네 개들이 신이 나 창고에서 고기 먹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탱탱한 배를 안고 창고를 나오려고 하는데 나오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우리는 무서웠어. 나갈 길을 찾아다니며 울었어.”
“그런데 덕구가, 덕구가 나가는 길을 찾았어.”
“우리는 덕구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
안 내려오고 남아 있던 나 때문에 소방차가 다시 오고 사다리가 올랐다 갔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나중에 덕구가 내려온 것도 모르고 할머니랑 도현이는 덕구 이름을 부르며 발을 굴렀어.”
동네 개들은 킬킬거렸고 닥스는 땅바닥에 뒹굴었어요. 나는 점잖게 웃었어요. 칸과 눈이 마주쳤어요. 칸은 잘했다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는 칸의 다리를 쓰다듬었어요.
“발 낫거든 동네 한 바퀴 돌자. 내가 구경시켜 줄게.” 
칸이 빙긋이 웃으며 컹하고 짖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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