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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는 꽃 피는 봄사월만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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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애

아동문학가

책 제목 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9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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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9월-01.창작의산실_소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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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시골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경직된 시절이었다.
독재 정권을 알리거나 자유로운 민중의 삶을 쓴 작가들이 잡혀 가는 필화 사건이 있었다. 대중가요 검열이 심해 금지곡이 수두룩했으며, 영화 및 공연을 할 때는 시나리오부터 상영까지 검열, 간섭이 심했다.
홍보용으로 놀부전이라는 얇은 만화책이 학교로 배급되었다. 이 놀부전에서 흥부는 천하에 못쓸 게으름뱅이에 자식만 대책 없이 많이 낳고 무능하여 매품팔이나 다녔다고 하였다. 반면에 아들 하나 낳고 절약 정신이 투철하여 부모님 제사상에는 종이에 음식 이름을 써 올린 놀부를 본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닌 것은 아닌데 맞는 것으로 둔갑시켜 아이들에게 지도하라고 강요하니 교사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그때 쓴 단편동화가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였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 후에 개미나라에서는 노래를 법으로 금했다. 짜루라는 개미가 먹이를 구하러 나갔다가 우연히 가느다란 잎맥만 남은 나뭇잎을 발견하고 그것을 튕기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금방 개미나라에 퍼지고 짜루는 감옥에 갇히고 개미들에게 잊혀진다. 겨울이 되어 할 일이 없을 때 짜루의 노래는 간수에 의해 다시 개미나라에 퍼진다. 반란이라고 생각한 여왕은 짜루를 불러와 문책을 하는데 짜루는 개미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반란이 아니라 배부르고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왕은 짜루의 말을 듣고 노래를 금했던 오랜 법을 고친다. 작지만 저항을 가지고 쓴 동화였다.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는 다른 단편들과 함께 엮어 1983년에 첫 동화집으로 출판되었다.
동화는 아이의 눈높이와 감성, 순수한 시각을 중심에 대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문학의 한 장르이다. 그러므로 폭력, 전쟁, 성차별, 인종차별, 종교 분쟁 등 아이들 정서를 파괴하는 소재는 없어야 한다고 선배들에게 배웠다. 죽음을 소재로 글을 썼다가 혼났던 적도 있다. 삶이 항상 꽃 피는 봄사월만 있는 것이 아닌데도 그랬다. 세상살이가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린이들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동화작가인 나의 생각이었다. 날카로운 가시 위에 소복한 눈이 쌓여 평온해 보이나 읽고 음미하면서 세상을 비판하는 가시를 느끼도록 하고 싶은 것이 나의 동화다.
「시장통 아이들」은 시장 한가운데 있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로 대부분 시장에서 일하는 부모들을 보고 배워 매우 계산적이고 똑똑한 어린이들이 모여 있다. 계산적이고 똑똑하기만 한 어린이들이지만 시장통에 기생하는 나쁜 어른들을 이길 수는 없다. 나쁜 어른에 의해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배운 시장통 아이들은 건강하고 쾌활하게 헤쳐나간다.
「누가 박석모를 고자질하였나」에서 공부을 못해 매일 나머지 공부를 하는 박석모는 어느 날 교장선생님을 다치게 하였다. 학교가 발칵 뒤집혀 범인을 찾는데 범인은 나타나지 않고 삐뚤빼뚤하고 받침 틀린 글자의 투서가 날아온다. 교장선생님을 다치게 한 것은 박석모라는 투서였다.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나쁜 아이는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나쁘다 생각하고 자기 아이들 곁에 두려고 하지 않는다. 더불어 잘 키워야 행복해진다는 것을 모르는 이기적인 학부모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쓴 동화였다.
「연변에서 온 이모」는 연변에서 우리나라에 취업차 내려온 1세대 아줌마 이야기다. 돈을 벌어 고향에 돌아가려고 열심히 일하는 연변이모는 남한 생활에 문화적 차이와 갈등을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유혹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한다. 점점 이상하게 변하는 연변이모를 주인집 딸의 눈을 통해 보고 주위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도와주는 이야기다. 어른보다 훨씬 성숙하고 정의로운 아이다. 그래서 동화를 아이들만 읽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리라고 나는 권한다. 동화는 아이들만을 위한 문학이 아니다. 모두가 읽어야 하는 문학이다.
「거짓말쟁이 최효실」에서 최효실은 누구나 칭찬하는 모범생이다. 공부는 물론 행동 바르고 불우한 친구를 몸과 마음을 다해 도와준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효실을 보고 배우라고 말했다. 최효실! 내가 실제로 가르친 아이다. 효실이가 얼굴에 퍼런 멍이 들어 학교에 왔다. 놀라 물으니 밤에 슈퍼에 가다가 남학생들에게 얻어맞았다고 했다. 효실이 오빠를 불러 물어보았다. 효실이는 커다란 어른 슬리퍼를 끌고 슈퍼에 가다가 넘어졌는데 운 나쁘게 박힌 돌멩이에 얼굴을 찧었다는 것이다. 모범생 효실이가 담임인 내게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오랜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세상에 완벽한 아이는 없다. 효실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것이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옷을 더럽히며 놀기도 하고 가끔씩 숙제도 빼먹고 소리 지르며 복도를 뛰어다니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아이를 칭찬 감옥에 어른들이 가두었던 것이다. 효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쓴 글이었다.

 

강의를 하러 가면 두 가지 질문을 받는데 그중 하나가 “소중애라는 이름이 본명이냐”는 것인데 나는 즉답한다. “예, 본명입니다.”
또 하나의 질문은 “210권 책 중에서 대표작은 무엇입니까” 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나는 항상 고민한다. 열심히 써서 출판사에 보내고 책이 되어 나오면 다시 꼼꼼히 읽어보는데 만족스럽지가 않다.
‘아, 왜 이렇게 썼을까? 다음에는 더 노력하자.’
다음, 다음, 다음 언제나 영혼을 끌어모아 쓰지만 만족치 못하다. 그러나 꾸준히 노력하니 내 글은 진화하는 중이다.
요즘은 장편동화 「씨앗을 모으는 생쥐」를 구상 중이다. 「시간을 모으는 생쥐」 후속 작품이다. 이 장편동화에서 나오는 씨앗은 단순히 싹트고 자라 열매를 맺는 식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가슴에 품고 있는 씨앗을 이야기한다. 누구는 멋지게 싹을 틔우지만 누군가는 감히 씨앗 틔울 생각을 못 하고 절망을 하는데 생쥐가 그들을 도와주는 줄거리다. 일본에게 넘어간 씨앗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가슴 씨앗을 찾아주려는 모험도 그릴 생각이다.
동화는 이미 내 삶을 지배하고 있으며 나는 그에 대해 매우 순종적이며 노력 중이다.

 

 

 

소중애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38년간 충남 도내 초등교사로 근무, 명퇴. 1982년 『아동문학평론』 등단. 천안문인협회 지부회장 역임. 현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이사장, 눈높이아동문학회장, 충남아동문학회장. 해강아동문학상, 어린이가 뽑은 작가상,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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