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6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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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하여 마련한 집은 운이 좋게도 유리창 밖으로 한라산이 훤히 보이는 곳이다.
서재 책상에 앉으면 한라산의 상태를 먼저 살핀다. 날씨에 따라서 머리를 구름 속에 감출 때가 많고, 하얀 목도리를 걸고 나오는 때도 있으니 푸른 하늘 아래 의젓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보기가 힘들다. 기분 탓일까? 정상이 또렷하게 보이는 날은 덩달아 기분이 좋아 글이 잘 풀린다.
책을 읽고 작품을 구상하거나 짧은 글을 쓸 때는 서재 문을 꼭 닫고 책상에 앉아 있지만, 장편을 쓰거나 퇴고가 필요한 때는 주로 도서관에 간다. 아침 일찍 나서야 원하는 자리를 얻게 되므로 8시 전에 도착하여 12시 30분까지만 작업한다. 나머지는 생활인으로서의 시간이다. 귀가해서 서재에 앉으면 인터넷으로 세상을 읽고 독서를 한다.
일 년에 2∼3개월은 섬에서 나와 내륙의 레지던스 집필실을 찾아다닌다. 세사의 간섭을 피하고 스스로를 유배시켜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섬 밖에 있어야 섬을 잘 볼 수 있다. 그 기간에는 오전 6시부터 12시까지 집필에만 몰두한다. 하루 2시간 운동은 필수다. 책이 잘 팔리는 어느 작가가 농으로 말했다. 동화작가는 글로벌 작가, 즉 글로 벌어먹는 작가고, 시인은 글로 빌어먹는 글로빌 작가라고 했다. 나도 글로벌 작가라고 했다. 장편 쓰는 소설가는 오랜 시간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야 하는 벌 받는 작가니까. 레지던스 집필실을 찾으면 다양한 장르, 다양한 연령층의 문인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다. 정보를 공유하다 보면 제주라는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작가로선 특혜처럼 느껴진다. 그런 습관성 유목민 생활을 한 지도 16년째다. 지금 이 글도 전라남도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쓰고 있다. 한라산 위로 뭉게구름이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장면을 연상하면서.
[강준]
제주 애월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87년 『월간문학』 희곡 등단. 희곡집 『랭보, 바람구두를 벗다』 등 8권, 장편소설 『말은 욕망하지 않는다』 등 6권. 도의문화저작상, 한국희곡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등 수상. 제주문학관 초대 명예관장 역임. 현재 제주극작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