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야생마 같은 수필

한국문인협회 로고

원준연

수필가

책 제목 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5월 687호

조회수 9

좋아요 0

2026년5월호_창작의산실_원준연
/

전술한 창작 산실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나는 수필의 작법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그 흔한 평생교육원이나 문학단체에서 운영하는 ‘수필 창작’ 강의도 한번 받아본 적이 없다. 가물에 콩이 나듯 습작을 선친으로부터 드문드문 고쳐 받는 것이 나의 유일한 수필 공부였다. 첨삭 지도를 본보기 삼아 좋은 글을 쓰려고 열심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글이 쉽게 느는 것 같지는 않다.
선친은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하고, 관념적이거나 감상(感想)에 치우치지 않고 사례와 이야기가 담긴 사상(事象)이나 개인의 체험이 바탕이 된 수필이 독자들에게 더 깊은 감동을 준다고 하였다. 여기에 기지와 해학이 돋보이는 표현을 쉽고 재미있게 쓰면 매력 있는 문장이 된다’라고 하셨다. 선친의 이 가르침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좋은 작품을 남기려고 애면글면하고 있다.
문장의 구성은 한시의 구성 방식인 기승전결의 형식에 빗대어서 쓰고 있다. 도입부에 강한 임팩트를 주어서 독자를 끌어들이고 싶은데, 실상은 그렇지도 못한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만의 독특한 체험에 녹여서 전개하고, 강한 인상이 남도록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물 흐르듯 한 연결의 유연성이 중요한 것 같다.
글의 소재는 주변에서 찾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이나 사람 간의 따스한 정이 넘쳐흐르며 다정하게 포용하는 서정적 생활수필이나 사회를 올바르고 반듯하게 이끄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그런 수필을 쓰고 싶다. 요즘 사회는 여느 때보다 불안과 불만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청년층은 취업의 불안, 중년층은 물가 및 고용의 불안정, 노년층은 인공지능 등 빠른 사회 변화에 대한 불안감 등이다. 이런 사회적 불만과 개인의 정서 불안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기능이 문학의 순기능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를 반듯하고 공정하게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이끌 수 있는 신뢰 높은 문학에 수필이 자리하고 있다. 수필의 선한 기능에 일조하고 싶은 것이다. 수필의 진수와 묘미를 널리 알리고도 싶다.
문학평론가 이규식 교수는 어느 문학지의 권두언에서, ‘K-수필을 보급하고 전 세계로 확산하는 동시에 우리 문화의 원형질, 한국인의 심성과 희로애락 그리고 한국 사회의 특성을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수필이라는 장르를 통하여 생산-유통하는 역할을 맡을 기회를 맞이했다’라고 하였다. 나도 전적으로 공감을 하고 있다. 내가 지회장을 맡고 있는 (사)한국문인협회 대전광역시지회에서는, 우리 회원 전 장르의 작품을 받아서 영어로 번역하여 전 세계에 알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는 첫해로서 운문 편을 만들고, 내년에는 수필을 비롯한 산문 편을 계획하고 있다. 능력이 된다면, K-수필의 교두보, 아름다운 획책의 주역 역할도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 지면을 빌어서, 번역집 발간 사업을 승인해 준 대전광역시와 의회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수필을 쓰면서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제목을 붙이는 것이다. 선친은 독자들이 깊숙한 곳에 감추어둔 물건을 찾는 스릴을 만끽하는 느낌이 들도록 말미의 결어 부분에서 제목을 즐겨 따서 붙이셨다. 나도 어쭙잖게 따라 해 보지만 청맹과니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글의 제목은 또 어떻게 붙여야 할는지 고민이 밀려온다.
세상의 모든 것이 빨라지고 있다. 영상문화나 스마트폰 등의 영향인지 책을 읽는 인구는 많이 줄었다. 책을 소지하고 다니는 번거로움도 없고, 화면을 통해서 빠르게 이해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한때 한국인의 상징이었던 ‘은근과 끈기’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미덕인 세상에서, 예전의 수필 길이는 길게 느껴진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단수필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꼭 이런 경향에 부응해서는 아니지만, 나도 조금은 짧은 수필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이야기를 재밌고 길게 끌고 갈 자신도 없다.
어느 글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오래전 어느 지인이 나의 수필을 읽고 야생마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하였다. 수필 창작 강의를 수강한 분들의 글은 거의 비슷한 틀 안에서 작성되기에 다양한 느낌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지 못한 나의 경우는 좀 엉성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라서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맛을 느끼듯이 그런대로 괜찮다는 덕담이었다. 심성이 고운 분이라서 그렇게 평을 해 주신 것 같다. 길들지 않은 야생마 같다는 표현이, 나는 퍽 마음에 든다.
설령 레이스에서는 벗어난다고 해도, 드넓은 초원에서 갈기를 휘날리며 마음껏 질주하는 수필 외길의 야생마 같은 작품을 쓰고 싶다.

 

 

[원준연]
월간 『수필문학』 등단(2005년 9월). 한국문인협회 감사, 대전문인협회 회장,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추천작가회 부회장, 원종린수필문학상 운영위원장, 대전청년문학상 운영위원장, 박용래시문학상 운영위원장. 수필집 『피아노 건반처럼』 외 4권. 제21회 한국문협작가상 등 수상.

광고의 제목 광고의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