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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는 절벽에도 꽃을 피운다 외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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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제

책 제목 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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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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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는 절벽에도 꽃을 피운다

구름 문양으로
바위에 붙어 뿌리를 내린 것은
오직 세월이었다
안개비 내릴 때마다
한 뿌리씩 먼지로 접착하기
이윽고 날개를 접어
절벽으로 뻗어 나가기
수천만 번 미끄러지다가
검버섯 도장 찍어
심지 박은 씨앗들이 사철꽃을 피웠다.

 

고삿날참말씀

돈, 콧구멍 귓구멍에 말아 넣고
주둥이도 현금 뭉치 물었으니
어찌 두 눈 감고 죽을 수 있겠는가
몸통 없는 복돼지 머리
숨 끊겨 잠든 놈에게
하는 일 잘되게 해달라
차례지켜 삼세번
돗자리에 코방아 지문 찍는다


달밤

동짓달
스무아흐렛 날
산등성이 울타리
위태롭게 걸린 눈썹달
다가갈수록 도망치고

산모퉁이 돌아서니
또 저 산 넘어
눈썹달은 웃고
시냇물결 따라 달밤은 흘러간다.


밤 하늘에는 별강이 흐르고

날마다 별밤은 달빛을 안고
까치집 개울가에서 그네를 탄다
앞산 숲은 반딧불 축제
물고기 잡이 쪽대를 털면
별들이 한바탕 춤을 추었고
전설품은 바위 이야기
천지바위, 구수바위, 천장바위, 징바위,
용바위가 비를 부르면 동네마다 풍년이 온다
산신령 무대의 메아리 산은 보물산이라
청석광의 화석을 찾고
폐광 탐방길을 더듬다가
돌담 숯가마 터에서는 가난을 구워냈고
고려청자 요지 계곡이 쉼을 부른다
미산 막걸리 몇 사발 마시고
자랑 폭탄을 터트렸다
파편은 새숲으로 튀었고
새 떼들이 일어나 확성기로 조잘대며
아침을 끓이기 시작했다.


아들의 옷

아들이 입다가
작아져 두고 간
티셔츠를 입고 작업을 한다
힘이 난다
함께하니 힘이 난다
든든하여 힘이 난다
아들의 옷은
바위 부수는 철갑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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