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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에 민감하게 울리는 망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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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제

책 제목 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8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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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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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들끼리는 일을 한다는 말보다‘돌을 쫀다’는 표현을 쓴다. 먼 옛날의 비바람에 만들어진 돌은 자연의 역사를 품고 있다. 그러나 말이 없다. 석공들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모습을 꺼내는 일을 한다. 
돌에 시를 새길 때는 돌이 갖고 있는 언어를 꺼내는 것이고, 돌에 조각을 새길 때는 돌이 갖고 있는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석공은 돌과 마음이 통해야 하고, 돌이 갖고 있는 외형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석공예가 갖는 기본 기술이고, 그 외 기술은 자신이 탁마한 기능적 부분을 보태는 것이다.
흔히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대로 된다고 한다. 돌 역시 석공의 마음대로 표현된다. 그러나 다 완성하고 나면 석공의 마음이 만든 석공 예품은 결국 돌이 갖고 있는 내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석공은 돌이 말로 하지 못하는 것, 그러나 세상에 나와 말하고 싶어하는 표현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수없이 망치를 두드린다.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아주 섬세하게 돌을 보듬어가면서 다듬는다. 두드리는 망치 소리가 맥박을 빠르게 할 때 차츰 마음은 차분해진다. 마음이 깨어나는 순간인 것이다.
이렇게 돌을 쪼다가 문득 영감이 떠오르면 수첩을 꺼내 메모한다. 이때 알게 된다. 나는 돌을 다루는 석공이지만 돌이 나를 다루는 것이었음을.
한편, 돌에서 마음이 깨어나면 세상도 보인다. 귀가 망치 소리에 익숙해지더라도 세상살이에 민감할 때가 있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역사가 만들어지고, 그 역사는 곧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길이 된다. 헤아리기 어려운 태고의 소리까지 담고 있을 화석을 만나면 그 화석이 갖고 있는 시간이 곧 미래임을 느끼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석공은 돌을 다루는 사람이지만 역사에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므로 세상살이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망치 소리가 내 마음을 깨우는 동시에 세상을 깨우는 소리로 들릴 때 또 수첩을 꺼내게 된다.
돌 작업을 하면서 문학적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나의 노력이 하나하나 작품으로 나올 때 사실 그 작품들이 얼마나 문학적으로 완성도를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내면의 소리에 최선을 다한 결과를 낸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문학은 정서적인 측면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문자화되는 순간 기록이요, 역사요, 길이 된다. 나는 숙명처럼 주어진 작가의 길에서 얻은 일들을 하며 사회적 사명감을 갖고 있다. 삶은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일’을 한다는 것, 특히‘돌’이라는 먼 시대를 살아온 것에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갖는 사명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글도 돌에서 얻고, 돌에 새기고 그것이 미래로 향하도록 하겠지만 그 돌들이 그냥 돌이 아니라 사람의 혼을 담은 돌이 된만큼 시대의 생명을 미래로 보낸다는 사명감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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