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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문화를 무대 조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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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희곡작가

책 제목 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3월 6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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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_창작의산실_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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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문학의 통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시, 소설, 동화, 희곡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어 출간했으니. 표현의 방식과 호흡에 따라 편한 옷을 입었다고나 할까. 그리 형식에 신경 쓰지 않고 발표한 셈이다. 아니 어찌 보면 장르의 개념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문학 소년이었을 때, 어떻게, 무엇을, 왜 쓰느냐 고민에 빠진 게 아니라 그냥 닥치는 대로 썼던 게 원인일 수도 있겠다. 감정의 배설이랄까, 남의 눈치 안 보는 그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책읽기와 글쓰기는 나한테는 현실 도피처에 해당되었으니까. 지금도 약간 그렇긴 하다. 아무튼 말보다 글로 쓰면 후련하다. 감정의 찌꺼기가 확 빠져나간 느낌이다. 하지만 50여 년 반복된 시간을 점검해 보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문학이 이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광범위한 화두를 내밀며, 희곡작가로서 두 방향은 확실하다. 하나는 소셜드라마요 하나는 국극이다. 소셜드라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방향 제시이고, 국극은 전통에 대한 그리움의 확장이다.

 

1. Social Drama
사이코드라마(Psycho-drama)는 개인의 심리적 병폐 문제를 다루지만 소셜드라마(Social-drama)는 사회적 역할과 집단 전체가 공유하는 사회적 이슈나 갈등을 다룬다. Drama는 희랍어 Dran의 어원으로 ‘행동하다’라는 뜻으로 연극을 포함한 포괄적인 예술장르다.
드라마를 다루는 희곡작가는 사회문제를 들춰내고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이유로 Social Drama를 지향하고 이를 주창한다. 희곡은 인간관계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문학이다. 더구나 인간 중심이다. 글 쓰는 작업은 이 안에서만 허용된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심사 소감 중 무엇을 쓸 것인가의 질문에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연구한다’고 밝혔고 폭력 중에 ‘사랑이 가장 폭력적이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결국 사랑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한다는 말인데, 이기적인 유전인자와 생존요소로 함축된 시선이라 접근방식이 조금 다르다. 어찌 보면 사랑으로 인해 망가진 사람들, 사랑이란 이름 아래 돌이킬 수 없는 행위들이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사랑은 폭력적인가.
폭력화 과정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들자면, 학교폭력, 디지털성범죄, 게임중독, 사이버폭력, 사이버도박, 약물오남용, 흡연, 데이트폭력, 마약예방, 고독사, 분단 등 수많은 과제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간단한 메시지나 문자 전달 또는 주입식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의 시점부터 복잡다단한 양상을 띤 상태라 어렵다. 아니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식의 전달방법을 가슴으로부터 느끼도록 연극을 택했다.
교육연극을 통해 올바른 의식을 고취시키고 감성적인 이야기에 지식을 실어 정서적으로 쉽게 다가가는 방식을 취했다. 현장으로 찾아가는 공연. 이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 주제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관객과 소통하려고 꽤 오랜 시간 공들였다. 2007년부터 현장으로 찾아가는 예방교육연극을 시작했고 2011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국내 최초로 예방교육연극을 시작하게 된 사회적기업 극단인 셈이다. 매년 연극을 통해 예방하고 인식화하고 정서적으로 한 걸음 다가간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와 갈등은 빠른 속도로 진화되는 중이다. 그래서 글쓰기도 진화한다. 시대 흐름과 환경에 맞춰 따라가야 한다.
희곡작가는 미래의 인간관계를 미리 조율하고 잘못될 경우 재설정해야 되는 의무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희곡은 사람 중심의 문학이므로 인간에 대한 연구와 성찰이 절대적이다. 그 바탕 위에 시대를 조명하며 그 이야기의 행동 양식에 따라 일부의 관객들은 생활의 양태까지 모방하며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만약, 이 세상의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희곡작가에게 그 첫 번째 잘못을 물어야 한다. 그만큼 희곡작가는 인간관계의 설정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학은 시대와 미래를 이끄는 기능이 있기에 위대하다.
그 사명감에 소드라연극학교를 만들었다. 소드라는 Social Drama의 약자다. 사회문제를 다루고 해결하자는 의미에서 연기과정과 극작과정으로 나뉜다. 무엇을 쓸 것인가는 정해졌다. 이제 함께 쓰기를 희망한다. 집단지성처럼 집단문학이 사회적으로 발생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학과 문인은 이 시대의 등불이고 앞서가는 수행자다.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희곡작가로서 이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밝게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 글쓰기가 기다리고 있다.

 

2. 국극
‘중국에는 경극이 있고 일본에는 가부끼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국극이 있다.’
국극보존회 상임연출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이 말을 자주 내뱉는다. 하지만 국극이 보이지 않는다. 여성국극만이 바람에 촛불 흔들리듯 가물가물 명맥을 유지한다.
운명적인 힘에 이끌리듯 필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여성 국극 <아리수별곡>이라는 작품을 올렸고, 전통무예와 판소리가 결합된 <택견아리랑> 그리고 <방자전> 등 창작극을 상연했다.
우리 뿌리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전통극과 전통무예, 그 모습과 역사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마치 나이 들면 조상과 고향을 찾듯이 우리 전통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득하다. 민족무예 택견도 한 사람에 의해 전수되어 꽃을 피듯 우리의 전통문학인 국극도 다시 피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희곡은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일이고 연극이란 종합예술로 표현된다.
우리의 몸짓과 소리를 특성화하는 작업에 오늘도 고민 중이다. 우리 전통문화를 무대 조형화하여 세계 무대에 내놓는다면 희곡작가로서 최대 기쁨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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