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6년 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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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 산실은 성남이 되었다.
그것은 꽤나 잘 살고, 괜찮은 집안에서 성장했고, 아버지의 예술적 DNA 영향인지 희망이 연극 연출가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로 국어 국문학과에 진학했으나 연극 연출 공부에 매진했고, 1966년 대학 2년 겨울에 장막희곡 『폭설』을 출간하고, 연출 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대학도 중퇴했고, 이듬해 봄 아버지가 별세하며 나는 군에 입대했다. 군생활 속에서도 희곡과 소설을 쓰며 꿈을 키웠으나 제대 후 1972년 초봄 생계를 위해 성남에 들어와 태권도장을 개설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사투에 가까운 노력으로 7년 만에 성남에 7개, 이후 서울 및 외지에 7개의 태권도장을 개설하며 ‘대호문그룹’을 만들었으나 문학에 대한 향수는 그 모든 걸 내려놓게 했다. 다만 태권도 8단까지는 승단해야겠기에 내가 운동할 수 있는 1개의 도장은 남겨 놓았다.
성남시 승격 이전은 ‘광주대단지’라고 하는 철거민들로 구성된 지역이었다. 당시 주민들의 삶은 참으로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나는 잠잘 곳이 없거나 극빈 가정의 청소년 십여 명을 태권도장에서 재우고 야학을 시키기도 했다. 그 청년들이 후일 공무원이 되고, 시의원도 되고, 사회단체장도 되었으니 지금도 가슴이 뿌듯하다. 그때 나는 인간의 정체성과 삶에 대해 많은 고뇌를 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런 영향이 소설을 쓰는 데 밑거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특히, 이곳은 팔도 사람들이 다 모여든 곳이니 그들의 정서 또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학이 무엇인가. 모두 인간이 되기 위함이고, 특히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 가운데서도 어두운 곳을 밝히며 소외된 사람들의 진실과 그들의 편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나의 생각은 나의 소설을 통해 그동안 그려 왔다. 주로 단편소설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조명했으니 어쩌면 나의 창작 산실은 사람 냄새가 나는 성남, 그 바탕에 자리하고 있으니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어느새 성남에서 살아온 것이 53년이 되었고, 언제까지 소설을 쓸지 모르겠으나 성남의 작은 나의 서재는 창작을 위해 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김건중
『월간문학』 등단. 저서 『바람가르기』 『은행알 하나』 『그 시간 속』 등 27권. 경기도문인협회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등 역임. 현재 계간 『한국작가』 발행인, 둔촌이집문학상·전국탄리문학 운영위원장, 한국소설가협회 최고위원, 한국문인협회 및 국제펜한국본부 자문위원. 문화체육부상, 성남시문화상, 경기도문화상, 한국예총예술문화상, 경기문학대상, 중봉문학상, 류주현문학상, 한국문학인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PEN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