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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훈

아동문학가

책 제목 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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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산실_홍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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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서 시작되었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나는 늘 아버지가 그리웠다. 꿈 많은 소년으로 자라면서 아버지를 한 번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었고 아버지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만 여섯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어려웠지만 어머니가 보따리 장사로 힘들게 번 돈으로 중학교에 갈 수 있었다. 어머니는 20리 길을 걸어서 통학하는 나를 위해 당시로선 귀한 자전거를 사 주셨다. 그때 자전거로 통학을 하며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왔다가 어머니 마중을 나갔다. 당시에는 옷감을 팔면 돈이 아닌 쌀, 보리, 콩 등 곡물로 받아오셨기 때문에 팔고 남은 피륙과 무거운 곡식을 머리에 이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의 보따리는 늘 무거웠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어머니를 마중 나갔을 때였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비단 피륙장사를 오래 해 보니, 비단은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물건은 아니더구나. 오히려 옷이 헤어져 닳아 버려질 때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을 닦아내는 걸레야말로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것이란다.”
그 말씀이 「걸레 같은 사람」이라는 시를 쓰게 한 바탕이 되었고, 나의 삶과 문학 전반에 흐르는 근본 정신이 되었다.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이 지닌 소중한 가치를 깨달은 후, 나 또한 흔들림 없이 그런 삶을 살기 위해 걸어왔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없고 형제자매도 없이 혼자 자라며 나는 늘 사랑에 목말랐고 외로웠다. 네 살 무렵인가, 무심코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의 그 한마디에 갑자기 할머니와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하셨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무서워서 따라서 울었고, 그후로는 겁이 나서 한 번도 소리 내어 아버지를 불러보거나 아버지라는 말을 입에 담지 못했다. 꿈 많은 소년으로 자라면서 아버지를 한 번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었고, 아버지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그러면서 ‘나처럼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아빠의 목소리로 동화를 들려주자!’ 그 생각으로 동화구연가가 먼저 되었다.
동화구연가로 1980년 중반부터 1990년대에는 무척 바빴다. 어린이날에는 KBS, MBC, SBS, 교육방송 등 TV와 라디오에 출연하여 동화를 직접 들려주었다. 또 어린이 환우와 소년소녀가장, 고아원, 요양원, 시각장애우를 위한 녹음 봉사를 하면서 아빠의 목소리로 동화를 들려주는 일을 사명처럼 해왔다. 그러다 1998년 IMF로 30여 년 일하던 동아일보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다. 당시 5세, 7세인 어린 딸들을 보면서 「피아노 선생님」이라는 동화를 썼고 1998년 뒤늦게 문단에 등단했다. 그후 쓴 동화 「아버지를 팝니다」는 문화경제신문에 전면으로 실려 감동의 글이라 하여 4판까지 발행되었고 잡지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지금도 설 명절과 추석, 가정의 달 5월이면 감동적인 글로 인터넷 등에 소개되고 있다.
아동문학가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에도 동아일보와의 인연은 마치 운명처럼 굳건히 이어져 왔다. 돌이켜보면, 동아일보사 재직 시절 따뜻한 사랑을 주셨던 김상만 회장님과 그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동아꿈나무재단을 이끌고 계신 김병건 이사장님(김상만 명예회장 차남)은 아낌없는 지원으로 내 문학 활동의 굳건한 울타리가 되어 주셨다. 「남편을 팔았어요」 「아버지를 팝니다」 「꿈나무 한 그루는 숲이 되고」 등 작품들이 세상에 나올 때마다 언제나 지원해 주셨다. 특히 2025년 5월, 세상에 첫선을 보인 환경동화 「나무들의 속삭임」 또한 동아꿈나무재단의 후원 덕분에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더불어 해마다 아동문학가들을 발굴하여 지원하는 <동아꿈나무아동문학상> 역시 재단의 든든한 지원 아래 문학계의 중요한 자리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듯 동아일보 시절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소중한 인연은 내 문학 인생의 굳건한 뿌리가 되었고, 삶과 창작의 깊은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오랜 시간, 나의 글은 늘 ‘가족’을 중심 주제로 써왔다. 아버지 없이 자란 어린 시절의 상처가 그리움으로 남아, 온전하고 단란한 가족에 대한 소망이 작품 속 사랑의 근간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그동안 내 글을 가족이라는 주제로 이끌었다면, 상처를 극복하고 단단해진 지금은 푸른 미래에 대한 간절함이 나를 움직인다. 미래 세대의 행복을 위한 책임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문학적 소신이라고 할까? 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 담긴 경이로움을 발견하며, 우리가 얼마나 이 지구라는 작은 별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하고 싶다. 거창한 이념이나 슬로건보다는, 우리 주변의 작은 생명들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싶다. 아이들에게는 자연이 주는 즐거움과 지혜를, 어른들에게는 잠시 잊고 지냈던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싶다.
그런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환경동화 『나무들의 속삭임』을 2025년 봄에 출간했다. 이 동화는 단순히 나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후손들에게 물려줄 푸른 유산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담았다. 앞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인성교육 동화, 자연사랑 환경동화와 지구 생명의 이야기를 꾸준히 써 나가려 한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아름다운 지구를 위한, 작은 목소리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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