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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우리 찬란한 아름다움과 고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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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현

수필가

책 제목 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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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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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학의 산실은 어디일까. 아니 내 문학의 근원은 어디일까. 조실부모한 나는 누구나 갖는 것이 내게는 없다는 상실감이 어려서부터 내 가슴을 지배했던 것 같다. 전시에 친정으로 가신 어머니는 첫아들을 잃은 안타까움 속에서 1년 후에 나를 낳으셨단다. 나는 태어나 첫돌 때 아버지를, 세 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내 고향은 아버지의 고향이 아닌 어머니의 친정 전남 나주가 되었고 어린 시절을 외조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전시에 태어나 부모 없이 자란 어린 마음속에 담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겠는가. 해서 나의 문학은 어쩔 수 없이 채워지지 않은 안타까움으로 여린 감성의 여성스런 글들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 내 정서의 샘에서 길어 올려진 것들이 오래도록 나를 지배했고 내 글쓰기도 늘 그런 쪽에서 흐르고 흘러갔다.

40년을 수필과 함께 해온 내게 수필은 그냥 내 삶이다. 그런데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등을 하고 보니 내 수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수필’을 생각해야만 할 때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장 불만스러운 것이 있다. 우리의 수필이 ‘essay-수필’로 간주되는 것이다. 물론 서구의 수필들에도 우리 정서와 닮은 서정수필이 있다. 하지만 대개의 서양 에세이는 우리와 역사 환경 문화가 다른 그러니까 우리와는 태생부터 다른 에세이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과 태생부터 다른 우리의 수필을 서양의 ‘essay-수필’에 합류시켜 같이 이해하려다 보니 동화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동양적 문화 특히 한국적 문화와 자연 그리고 성향은 지극히 부드럽고 온화하고 서정적이다. 서양의 강하고 드세고 굵은 경향과는 대조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essay-수필’이 아닌 우리만의 ‘수필(SUPIL)’을 강조하고 주장해 왔다. 맛이 다르고 색깔이 다른 우리만의 수필, 굵기가 다르고 강도가 다른 우리의 수필, 추구하는 멋이 다르고 외형적 분위기가 다 다른 우리만의 수필은 일본의 하이꾸와 다른 우리의 시조(SIJO)처럼 우리 고유의 성향을 가진 우리만의 ‘수필(SUPIL)’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학적 쾌거를 이룬 지금이라고 해서 한국적 문학이 세계적 문학으로 확대된 것은 맞지만 우리 고유의 성향과 분위기까지 세계화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고유의 것들에 이젠 세계가 동화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비단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장르인 소설만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의 시(詩)도 수필도 찾아 읽고자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우린 진정한 우리의 수필들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저들이 그들의 기준과 맛으로 음미하던 에세이가 아닌 한국적 수필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저들의 작품을 우리가 공감하듯 우리의 작품을 저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해서 나의 수필도 내 나라 가을 하늘 같은, 한국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답고 선명한 사계절 같은, 5천년 역사 단일 민족의 아름다운 숨결 같은, 굴함 없이 고고하게 우리를 지켜온 숭고함의 그런 가장 한국적인 정신과 정서의 수필들을 쓰고 싶은 것이다.

가장 우리다운 것은 무엇일까. 차별화되면서도 우리의 진면목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이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것들엔 뭐가 있을까. 반만년 역사 속에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숨결같이 고고한 우리의 것, 그 찬란한 아름다움과 고귀함의 우리 빛깔과 우리의 결과 우리의 소리, 그리고 우리의 청자나 백자 같은 그런 것들을 어떻게 수필로 빛낼 수 있을까.

휘발되어버린 과거의 체험과 삶을 재현해 내거나 현재로 길어 올려 회상화(回想畵)처럼 펼쳐내던 일률적이고 정형화된 수필들이 아니라 그래서 자칫 수필은 자서전 같은 자기 지난 이야기에 머무는 것쯤으로 여겨버리던 수필을 시대적 사회적 역사성까지 문학적 상상으로 서사화하는 수필, 내가 겪고 살았고 함께 사는 세상 그 시대적 삶의 신변잡사까지 아름다운 우리 한글의 향기로운 언어의 문학으로 격조 높게 승화하는 다양한 주제의 수필들을 빚어내고 생산하고 싶다.

21세기는 수필문학의 시대라 하고 있다. 문학으로의 수필, 시나 소설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특별한 문학의 세계인 수필은 어느 누구하고도 같을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문학으로 펼쳐질 수 있는 문학 장르다. 진정한 우리의 찬란함과 고귀함이 문학, 수필로 빛나는 명실공히 21세기의 문학 진정한 수필의 시대를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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