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6년 9월 179호
삶의 본질에 대한 사색과 통찰
이번 신인작품상 선정의 핵심은 세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새로움의 발견, 오직 시적 경험에 의해서 얻어지는 시적 사유, 그리고 일상적인 삶의 본질에 대한 사색과 통찰 등을 관심 깊게 살펴보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 결과 고욱의 「산사의 겨울밤」, 권창민의 「거품의 해부학」, 김주연의 「떨어지다」, 김철수의 「검정이라는 침묵」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흔쾌히 합의했다.
고욱의 「산사의 겨울밤」은 ‘산사’라는 공간과 ‘겨울밤’이라는 시간을 응축된 이미지로 형상화한 힘이 돋보인다. “눈 덮인 처마 끝에/ 흰 달빛이 매달린다”로부터 시작하여 “세상과 멀어진 곳/ 차 한 모금 고요가 익는다”로 끝맺는 시적 구도 또한 신선하다.
권창민의 「거품의 해부학」은 액체가 공기나 그 밖의 기체를 머금고 부풀어서 생긴 ‘거품’에 대한 활달한 사유와 상상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차가운 물줄기가 살결에 닿자/ 하얀 외피들이 안쪽으로 꽃핀다”라는 이미지는 거품에 대한 오랜 관찰의 결과이다.
김주연의 「떨어지다」는 “피어 있던 날보다/ 떨어진 뒤 더 선명한 것들이 있다”, “낮게 내려온 것들만이/ 가질 수 있는 빛이 있다”에서 보여주듯 낙화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와 시적 거리를 잘 조정하면서 생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한다.
김철수의 「검정이라는 침묵」은 ‘검정’ 색채의 상징성이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세상을 완성하는/ 가장 깊은 색”임을 사색하면서 침묵, 깊이, 무한, 생명의 근원까지 아우르는 색임을 통찰하는 힘이 뛰어났다.
시인은 언어를 모시는 사람이므로 삶에 대한 명상과 언어에 대한 명상이 모두 중요하다. 마르셀 레몽에 의하면 시인은 항상 인간의 옆에서 욕망을 자극하고 또 그 욕망을 다스려주는 맑은 물을 가져온 자이다. 당선을 축하하며 앞으로 당선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위해 더욱 정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