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9월 175호
장인의 정성으로 시조라는 질그릇 빚어내기
시조라는 질그릇을 빚는 장인은 흙이라는 재료와 함께 불의 속성과 혼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3장 6구의 유장함과 서정이라는 시혼(詩魂)을 다한 시가 바로 시조인 것이다.
백설연 님의 「오미자 차」는 길상사 다원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의 여백에서 인생의 진가를 우려내었다. “지는 해”를 마시며, 비움과 채움의 철학을 만나 보게 하였다. 원래 맛은 단맛, 쓴맛, 신맛, 짠맛의 네 가지이지만, ‘오미자’ 앞에서 다섯 가지 맛이면 어떠하리, 인생은 그런 “다섯 가지 맛”을 “한 맛으로 넘긴다”는 소소한 삶의 서정이 눈에 띄었다.
이번 작품 100여 편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이능수 님의 「빗소리」였다. “누굴까 자박자박 올 이도 없는 밤에/ 조금씩 젖어 드는 투명한 저 목소리”의 들머리부터 문재(文才)가 비범하다. 빗소리는 “자박자박” 거리다 못해 물방울 같은 “투명한 저 목소리”였으며, “수런댄다” 하였다. 둘째 연은 비약되어 누군가 걸어오고 “늦은 밤 문 앞에 서서 노크하고 있는가” 하고 반문한다. 그래서 “기억 속 일기장을 밤새도록 넘겨본다는” 밤의 빗소리를 읽으면 함께 젖어 들기에 충분하다. 참 편안하게 구워낸 질그릇을 만나는 듯한 작품으로 심사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임상미 님의 동시조 「이사 간 까치네」 역시 탄성을 불러오게 하였다. 2수 1편의 어느 부분도 더하거나 뺄 곳이 없는 그야말로 완성작이다. 무결점의 질그릇이라 하여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신의 흐느낌조차 들을 수 있는 특권(?)이 있나 보다. 어느 부분도 예쁘지 않은 장章이 없고 신비롭지 않은 경景이 없으니, 이만하면 마치 꿈꾸는 동심의 선경이라도 필사해 놓은 것 같다.
금번 신인상으로 세 분을 밀며, 앞으로 시조 문단의 밤하늘에 항성으로 반짝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