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6월 174호
창을 활짝 열고 꽃향기를 들이마시듯 행복한 시간
4월. 문학지망생들의 응모작과 만나는 일이란 내겐 늘 봄의 창을 활짝 열고 향기로운 꽃향기를 들이마시듯 행복한 환기의 시간이다. 올봄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장 선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당선작 「낙인」은 제목의 상투성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흐름이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닭을 살처분하여 비료로 만드는 과정의 피비린내 하는 노동 현장. 그곳의 살풍경한 광경을 과감없이 묘파한 능숙한 솜씨가 그간의 만만찮은 공력을 짐작케 하는 수작이었다. 가족을 위해 돈 벌러 온 불법 체류자, 무하마드. 그를 향한 주인공의 따뜻한 온정과 묵묵한 배려가 시종 독자의 마음을 흔들며 감동으로 이끌어 가는 힘이 관건. 그러나 단편에서 굳이 전지적 시점을 택하므로서 때론 시점의 혼선을 일으키곤 함이 흠이었고, 내용 전반의 임팩트한 흐름에 비해 결말의 미약함이 다소는 감점 요인이랄 수 있었다.
「자백」은 매우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안기는 가작이었다. 전혀 때 묻지 않은 천진하고 다감한 소녀가 불우한 환경을 딛고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더없이 눈물겨운, 그러나 끝내 비극으로 끝나고 마는 슬픈 결말이 읽는 이의 가슴을 때려온다. 제목 그대로 고백체의 잔잔한 문체가 짙은 호소력으로 다가옴이 강점이었다. 그러나 때론 시점의 혼동과 함께 결말이 안겨주는 허탈감이 다소 미흡함으로 남아 최종심 선을 망설이게 했음을 밝힌다.
「취한 밤」 역시 오랜 내공이 느껴지는 탄탄한 문장과 예사롭지 않은 사유, 정교한 묘사력이 최종까지 선자의 선택을 주저하게 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무언가 수필적 요소가 강하고 그에 비해 소설적 장치는 조금 미약하게 직조되고 만 듯한 느낌에 끝내 선에서 제외되었음이 아쉬웠다.
당선자에게 뜨거운 축하와 함께 쉼 없는 정진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