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6월 174호
간결한 언어, 신선한 이미지, 그리고 조밀한 구성
요즈음 시가 장황하고 혼란해지고 있다. 새로운 시 형태와 표현에만 치중하여 시의 생명인 응축과 이미지를 도외시한 결과이다. 시 한 편이 4, 5페이지를 넘어서고, 이름만 가려 놓으면 서로 엇비슷한 시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그 요인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겠으나 요상한 관념과 수사를 앞세운 데에도 있을 것이다. 신인 작품은 무엇보다 자기만의 개성적인 세계의 확립이 중요하다. 간결한 언어와 신선한 이미지, 그리고 조밀한 구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김미자의 「아우라지 물」은 언어가 간결하고 신선하다.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안정되어 있다. 이 시는 맑은 은하수, 피라미 새끼, 멧새, 고라니 등의 자연을 동원하여 물의 생명성을 무리 없이 투영해 내고 있다. “두 갈래의 물줄기가 / 한데 어우러져 / 멀고 험한 길을 간다”는 마지막 구절은 물의 이미지를 환기해 내는 전이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김재식의 「4월」은 서사적 성격의 산문시이다. 소재는 평이하지만 “못자리 터”를 만들기 위해 터놓은 “물꼬”의 시커먼 흙탕물을 생명체로 인식한 점이 놀랍다. “논바닥”을 “소의 내장을 펴 놓은 듯”하다는 비유도 적절할 뿐만 아니라,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4월”을 “물뱀”으로 상징화하여 생동감 있게 표현한 점이 이채롭다. 응축미를 살리고 비유와 은유의 표현 기법을 터득한다면 빛나는 이미지의 시를 쓰리라고 본다.
박현식의 「배추를 뽑는 아침」은 일상생활에서 얻은 소재를 담담하게 전개하고 있다. 경험 속에서 자신을 재발견해 내려는 시안과 의지가 있다. “안 뽑히려고 안간힘”을 쏟는 배추를 뽑아 들고 “내가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해 내는 화자의 인식이 진부하지 않다.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는 것보다 있는 것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주는 시가 더 좋은 시이다. 다소 서술적 표현이 있으나 이내 극복되리라고 믿는다.
앞으로 더욱 좋은 작품을 쓰고, 시의 지평을 열어 갈 것을 기대하면서 3명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