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5년 3월 173호
응모자들이 비추는 세상의 창을 통해 마음에 꽃이 피어난다.
김나연의「철없는 이불」을 중의적인 메타포로 읽었다. 매서운 추위의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다 눈에 들어온 가게 안의 화려하고 포근한 이불들 속에 떠오른 어머니. 겨울 새벽부터 굴 공장에 출근하던 어머니는 굴 까는 손놀림을 열 시간 넘기고서야 찬밥을 시레깃국에 말아 점심을 먹고, 종일 서서 다시 굴을 까는 고단한 삶을 살았다. 어머니가 살아낸 겨울의 시린 바람 속에 딸에게 해준 유일한 혼수는 이불 한 채. 겨울의 목전에 찾은 이불가게에서‘여름 이불 좋은 놈’을 골라 열다섯 달 동안 만 원씩 갚기로 흥정한 눈물의 여름 이불이다. 사계절 내내 덮은 철없는 이불이며, 고운 빛이 마냥 좋았던 철없는 신부의 이불이기도 했으리. 버스 창에 어머니 이름을 적어보는 마음이 아득하다.
서상의「위대한 여정」은 깃털 속에 까만 포자가 박힌 풀씨를 따라가며 탐색하는 이미지의 문학적 형상화가 뛰어났다. 황량한 산비탈에서 강풍 부는 날을 기다려 출가를 꿈꾼 박주가리 홀씨의 생애를 보며 자연스레 어머니를 호명한다. 척박한 삶에 뿌리를 두고 야생과 싸우는 전투사 같았던 어머니의 삶의 여정이 어찌 위대하지 않을까. 작가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지점은 인간의 근원적인 본질과 그 의미일 것이다. 이 수필은 우리 모두 홀씨처럼 작고 가벼운 존재로 고투하며 한 생애를 이루어내는 눈물겹고도 위대한 여정에 서 있음을 깨닫게 한다.
우연찮게 당선작 두 편은 대상 속에서 오버랩된 어머니의 삶을 회상하며 문학적 사유와 성찰을 보여주는 공통점이 있다.‘어머니’는 영원히 문학의 자궁이고, 바다며, 별인 것이다. 정현종은“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방문객」)이라고 했다.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는 한 편의 수필에서도‘한 사람의 일생’을 만나기도 한다. 진솔한 자기 고백을 통한 한 인간의 내면을 마주하며 언어의 미적 체험을 한다는 것은 놀랍고 아름다운 일이다. 이것이 수필의 미학이다. 당선된 두 분에게 축하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