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당선작 2024년 12월 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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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줄임표는 팔순의 노모가 침침한 눈으로
바늘귀에 실을 밀어 넣는 바늘구멍이다
앞장서서 가는 실 꼬리는 어머니를 따라오라는 신호
그곳은 너무 멀고 아득한 길
바늘귀에 흐릿한 샛눈으로 새벽이 올 때면
빳빳이 일어서던 오 남매의 실 꼬리가 엉켜 퇴행성관절염이 저린 삭신을 타고 자갈길로 온다
검버섯을 유향에 섞어 몰약처럼 마시고
우뚝 선 길들이 풀어놓은 문장 속에는
유독 말줄임표만 매듭이 없이 떠돈다
겨울을 지나는 길목 끝
아버지는 암 병동에서 말려들어 가는 혀를 잡아당기며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 끝내 말줄임표로 임종을 맞이했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던 어머니
그 좁고 어두운 구멍을 여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 보면
점점이 따라오는 말줄임표는
혀를 친친 감고 도는 크레바스다
어떤 길은 영원히 발굴되지 못하고 첩첩이 쌓인다
바늘귀를 타고 들어간 무수한 봉우리
폭풍우 속에서도 우리를 거뜬히 일으킨
어머니 굽은 등 뒤에는
구부러진 곡선을 따라가다 종종 길을 잃는
나라는 말줄임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