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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근

책 제목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2024년 06월 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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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는 아버지가 잘할수있는일은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었다

새벽부터 나가 어둠이 덮고 있는 흙을 갈아 엎으셨다

손바닥 같은 논은

몇 번이나 뒤집어야 아침이 되었다

아버지 나가시고 한참 뒤에 어머니 나가셨다

논옆에붙어있는밭에서

아버지가 일을 끝내실 때까지 풀을 뽑으셨다

다 뽑지 않고 큰 것들만 뽑으셨다

어린 것들은 뽑기가 미안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손바닥만 한 밭이라

오늘 다 뽑으면 내일 뽑을 것이 없어서 그러신 것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따로 집을 나가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함께 들어오면

손바닥 같은 집에는 먹성 좋은 짐승 셋이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다섯 식구는

손바닥위에서 가위바위보를 하고 놀았다

금세 기울어질 것 같은

누구의 손인지 모를 바닥 위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가위바위보 게임

구름을 타고 날아오르는 꿈을 자주 꾸었다

날아도 날아도 손바닥 안

너무 멀리 나가지는 말아라

너무 멀리 나가지는 말아라

밤마다 어머니의 잠꼬대가 내 꿈을 후벼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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