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발표 2026년 9월 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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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있던 날보다
떨어진 뒤 더 선명한 것들이 있다
나무 끝에서 흔들리던 시간은
멀리서 보면 한 계절의 풍경이었으나
젖은 보도블록 위에 닿고서야
꽃은 제 빛을 또렷이 드러낸다
누구의 시선 속에서는
한 무더기 봄이었을 뿐이지만
바닥에 내려와서는
한 장의 결이 되고
작은 향기가 되고
밟히면서도 지워지지 않는 색이 된다
나 또한 그랬다
곁에 있을 때는
누군가의 하루를 채우는 배경이었으나
멀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내 이름의 모양을 알게 되었다
붙잡고 있던 가지를 떠난 뒤에야
내 안에 남아 있던 계절이 보였다
바람은 종종
잃어버림의 얼굴로 찾아오지만
어쩌면 그것은
제 자리를 찾아가라는
늦은 부름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래 서서
떨어진 꽃들을 바라본다
낮게 내려온 것들만이
가질 수 있는 빛이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무언가 하나 내려와
자기 색으로 머물고 있다